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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21. 2022

완전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해서 아름다운 세상이다

 

무엇인가를 믿는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유익을 주는 것 같다.

일단은 그 믿음의 대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삶의 동력을 준다.

종교적인 믿음이라면 당연히 천국이나 극락에 간다는 목표가 생기고 어떤 지적인 믿음이라면 그 지식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연구 목표가 생긴다.

목표가 생기면 현실에서 겪는 고통이나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조금만 더 참자고 하는 인내력도 생기고 그 고통이나 어려움들조차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게 된다.

믿음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좋은 것이다.

지극히 선한 것, 아주 평화로운 환경,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상태, 완벽한 인간과 완전한 세상 같은 것들이다.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잘 믿으면 그런 곳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이성적 사고와 인간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우리가 힘써서 노력하면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종교생활에 몰입을 하면 극도로 평화로운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학문적인 연구를 계속하다가 어떤 법칙과 질서를 발견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경험하고 나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아웅다웅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가소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경험한 것을 그 사람들도 경험해야 하는데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며 불쌍하게 여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을 전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바로 이때 나와 그 사람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

분명 나는 좋은 의도로 행하는 일인데 그 사람은 그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에게 좋은 일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당신도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의 얼굴이 다 제각각이듯 사람이 추구하는 목표도 가지각색이다.




언젠가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민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당연히 나는 탈북민들의 소원이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중의 한 사람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였다.

옆에 있는 사람은 거기서 도망쳐 나왔는데 다시 돌아가면 죽는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래도 그 사람은 수령님이 계신 북조선으로 가겠다며 돌아갔다.

갑자기 내 머리가 멈춰버린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 내가 믿는 삶, 내가 추구하는 목표가 그 탈북민에게는 들어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은 틀렸고 내가 맞다고 할 수도 없다.

인생에는 딱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답이 없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개의 답이 나오기도 하는 게 인생 아니던가?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나의 신념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믿음이 좋기는 하지만 내 믿음만 강조할 수는 없었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이 있다.

어려서부터 풀과 꽃을 좋아했고 성장해서는 세상의 모든 물고기들에게 이름을 붙이려고 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추적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자연을 좋아하던 조던은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그곳은 완벽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다.

전쟁도 있으면 안 된다.

완벽한 사람이 죽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그는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는 완벽한 세상에 방해가 되는 불완전한 사람은 없어져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그 결과는 가난하고 무지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정리하는 일로 나타났다.

과연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그와 배치되는 것들은 제거해도 되는가?

그 믿음은 완전한 것인가?

세상은 완전한 사람들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들이 어울려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아닐까?


++이 책을 권해주는 사람들은 책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데요. "그냥 읽어!"라고 권한다네요.
++아무 정보 없이 읽었더니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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