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Feb 06. 2022

가장 잘 쉬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휴라고 푹 쉬겠다고 마음먹었는데도 막상 지나고 보면 제대로 쉰 것 같지가 않다.

외려 더 피곤함만 가중된 것 같다.

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몸이 무겁다 왜 그럴까?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렇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경치 좋은 곳에 들러 눈요기도 하고 맛난 음식도 먹고 왔으면 푹 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집에 오면 지쳐서 쓰러진다.

오고가는 길에 운전대를 잡고 긴장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다.

오늘은 집에서 푹 쉬기로 했다.

그런데 뭘 하면서 쉴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갖출 것은 다 갖췄다.

텔레비전 채널만 실컷 돌리다가 볼 게 없다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

뉴스거리들을 살피다가 그게 그거라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다시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의 도돌이다.

음식을 시켜먹기로 했는데 뭘 먹을까 메뉴를 고르느라 한 시간이다.

쉬는 게 아니다.

이것도 피곤한 일이다.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아예 연구를 한 인물도 있다.

영국의 작가이자 방송인인 클라우디아 해먼드가 그 인물이다.

그의 연구팀은 2년 동안 전 세계 135개국에서 지원한 1만 8천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휴식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를 정리하여 <잘 쉬는 기술>이란 책을 냈다.

이 책에는 10가지의 잘 쉬는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꼽은 10위의 휴식은 자기를 돌아보는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9위는 텔레비전 시청이고 8위는 잡념에 빠지는 것이다.

7위는 목욕하는 것이고 6위는 산책시간이며 5위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그리고 4위는 음악을 듣는 것이고 3위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며 2위는 자연 속에서 머무는 것이다.

그러면 1위는 무엇일까?

전 세계 1만 8천 명의 사람들이 꼽은 최고의 휴식방법은 바로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10가지 항목들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이 10가지 중에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없다.

사람을 만나서 노닥거리면 그게 잘 쉬는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10위권에서 빠진 것을 보니 의외이다.

아마 사람을 만나서 잘 쉬기보다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쉬지 못한 경험들이 많이 있었나 보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기분 좋게 친구를 만났다가 기분 나쁘게 헤어진 경험도 있다.

실컷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 재밌게 보냈다 생각했는데 헤어지고 난 후에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마음이 찝찝했던 적도 있었다.

여러 면에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좋았는데 정치적인 이슈 같은 것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적도 있다.

스무 살 때 친구 한 명과는 새벽까지 논쟁을 하다가 “너는 너의 길로 가라. 나는 나의 길로 간다.”하면서 끝내자고 한 적도 있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잘 쉬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지 말고 사람을 떠나라고 하는 것이다.

대학 시절 친구 하나는 발제물의 맨 밑에 ‘휴식(休息) 같은 친구’라는 글귀를 손글씨로 써 넣었었다.

지금은 어느 학교에서 가르치는데 그 글처럼 아이들에게 쉼을 주는 선생이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런 수준의 인물이 아니다.

물론 나도 가능하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나 때문에 쉬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사람들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친 적이 많았다.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는데 내 솔직한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벌써 다 계산하고 있었다.

주는 게 있는데 오는 게 없다며 섭섭해 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부담스러운 일을 하는 시간이 되고 만 것이다.

역시 쉬려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금 떠나 있는 게 낫겠다.

해먼드가 제시한 10가지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을 해 보는 게 낫겠다.

그게 잘 쉬는 방법일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게 성공 아닐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