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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23. 2022

자녀는 들어올려줘야 하는 존재입니다

자녀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분과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녀는 아기 때나 청소년기에나 성인이 되었을 때에나 부모에게는 늘 걱정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자녀의 모습을 지켜보면 자기보다 더 힘들게 살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아니면 자기가 실수했던 길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자녀에게 달달을 한다.

물론 자녀는 그런 부모의 소리를 잔소리로 들을 테고 오히려 부모가 하지 말라는 것들은 꼭 골라서 한다.

이게 다 너 좋으라는 것 아니냐고 하면 자녀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그렇게 반대하느냐고 한다.

끝없는 수평선을 긋는 것 같다.

흔히 하는 말처럼 “네가 부모가 되어야 알지”라고 하고 싶다.

긴 통화를 마치면서 내가 해준 말은 “그냥 무조건 축복해주세요.”였다.

그 말밖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아기를 낳으며 집안의 가장이 산파로부터 아기를 건네받아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고 한다.

‘톨레레 리베룸(Tollere Liberum)’이라 불렸던 이 의식은 ‘자녀를 들어올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로마인들은 아이를 집안에서 가장 높이 들어올릴 존재로 보았다.

세상에서 높이 들어올림을 받은 존재로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들어올림을 받지 못하는 아기들도 있었다.

부모에 의해서 철저히 외면받은 아기들이었다.

그 아기들의 운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니까 아기의 생과 사를 가르는 기준은 들어올려졌느냐 들어올려지지 못했느냐였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이 기준은 인류 사회에 어디에서나 적용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서지도 뛰지도 못한다.

그 상태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눈을 들어 사람을 보고 세상을 봐야만 살 수 있는데 그러려면 반드시 누군가 아이를 들어올려줘야만 한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면 

‘왜 우리 아이는 아직도 저럴까?’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 늦은 것 아닐까?’ 

‘이러다간 영영 뒤처질 텐데.’ 하는 고민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 보면 다 부질없는 걱정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아이는 아이에 맞게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저러다가 사람 구실이나 할 수 있을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 구실을 하는 데는 자격증 같은 게 없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잘하는 것도 아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걱정이 아니라 들어올려주는 것이다.

아이로부터 어떤 보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이를 들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들어올리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다 들어올릴 수 있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다 들어올릴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나도 부모님으로부터 끊임없이 들어올림을 받으며 살았다.

때로는 두 팔로 번쩍 들어올려 주셨고 때로는 들어올려 등에 업으셨고 때로는 들어올려 가슴에 안으셨다.

당신보다 더 멀리 더 높게 보라며 어깨 위에 무등도 태워주셨다.

그 수많은 들어올림을 당하면서 내가 이만큼 오게 되었다.

“썩을 놈”, “문드러질 놈”, “빌어먹을 놈”이라며 내팽개치지 않으시고

“잘 될 거야”, “괜찮아”하면서 나를 들어올려 주셨다.

부모가 되어서 자녀에게 다 주고 있다며 손해 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되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큰 특권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녀를 들어올려주는 특권이다.

아무에게나 이런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직 부모에게만 주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를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로 만들 수 있는 권한은 오직 부모에게만 있다.

그 권한을 가지고 부모는 끊임없이 자녀를 들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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