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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19. 2022

잘 보는 게 잘 사는 것이다


간밤에 봄비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잤다.

새벽에 봄비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깼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봄이 언제 오려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빗소리와 함께 봄이 성큼 다가왔다.

이 봄과 함께 우리의 일상생활이 새롭게 시작된다.

아니, 일상생활은 이미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 오면 새롭게 시작한다고 말을 한다.

엄밀히 말해서 새롭게 시작한다면 1월 1일부터라고 해야 한다.

새해가 시작하는 날이니까 그때부터가 새롭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계절도 봄여름가을겨울이라 하지 말고 1월이 들어 있는 겨울부터 말해야 할 것이다.

겨울봄여름가을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기어코 봄부터 계절의 순서를 말한다.

봄에는 다른 계절에는 붙이지 않는 형용사 하나를 더 붙여서 ‘새봄’이라고 한다.

‘새여름’, ‘새가을’, ‘새겨울’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직 봄에만 새롭다는 말을 붙인다.




새로워서 그런지 ‘봄’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봄이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 마음속에서 ‘그래 이번에 한 번 해 보자!’하는 열정이 솟아난다.

봄에는 뭔가 일이 잘 될 것만 같은 기대감도 든다.

그래서인가?

영어로 봄을 ‘스프링(Spring)’이라고 하는데 그 말 그대로 무엇인가 ‘팅’하고 솟구쳐오를 것만 같다.

‘아직은 살아 이네!’하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목말라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샘물(Spring)’을 보면 ‘아 이제 살았다!’하는 탄성을 지르듯이 봄은 우리에게 생명을 준다.

겨우내 죽은 것 같았던 나무 등걸에서도 연초록색 새순이 돋아나오고, 단단한 바위의 좁은 틈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기도 한다.

손대면 툭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한 새싹인데 바위를 뚫고 나오는 것을 보면 생명의 힘이란 엄청 강한 것이 분명하다.

봄은 그렇게 우리에게 강한 생명력을 준다.




우리는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을 때 또 ‘봄’을 말한다.

‘아들을 보았다, 딸을 보았다’는 말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린다.

‘사위를 보았다, 며느리를 보았다’라는 말은 새 식구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린다.

봄으로써 우리 안에 새로운 생명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에 생명이 아닌 시간이 없다.

모든 것이 다 봄으로 통한다.

아침에 잠에서 깨는 순간 눈이 보기 시작한다.

생명이 기운을 차리는 시간이다.

그다음부터는 모든 게 보는 시간이다.

소리를 들어 본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본다.

반가운 사람에게 말을 건네 본다.

오늘 하루 맡겨진 일을 해 본다.

손을 만져 본다.

마음으로 느껴 본다.

이렇게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은 다 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보면서 성장하고 보는 만큼 발전하고 보는 대로 살아가고 보면서 닮아간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들이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 보기를 바란다.




무엇을 보고 또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어떤 사람은 좋은 면을 보는데 어떤 사람은 안 좋은 면을 본다.

설령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좋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도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결과가 달라진다.

우리는 보는 방향대로 걸어가기 때문이다.

실패와 절망, 좌절과 암울한 현실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우울하고 어두운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쁨과 희망, 기대와 밝은 면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공간으로 보인다.

봄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규정하고 우리의 삶을 좌우한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분명하게 제시되었다.

잘 보아야 한다.

잘 보면서 살아야 한다.

새봄이 되었으니 생명을 보고 새로운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보고 좋게 보아야 한다.

그렇게 잘 보는 게 잘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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