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된 나만의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딱히 그런 게 안 보일 때는 그 특별한 점을 개발하려고 했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지만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일들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야 나의 존재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도 많이 했다.
달인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내 스타일대로 일을 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한 가지 일을 잘하면 두 가지 세 가지 일도 잘할 수 있다.
그래서 일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이 생긴다고 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일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그만큼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사람의 특별한 재능이 계속 발전해나가지는 않는다.
정점을 찍으면 그 자리에서 잠시 머물다가 점점 약해진다.
그 변화가 느껴지자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특출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사회가 나를 잊어버릴 것 같다.
자기계발서들을 읽어 보면 남들보다 탁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고 외치는 것 같다.
특별한 사람이 곧 인생을 성공한 사람이라는 등식을 내세운다.
뭔가 좀 특별한 위치에 있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부러워하고 사인이라도 받으려고 한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에 가 보면 연예인들이 왔다갔는지 그들의 사인을 받은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종이를 보면 입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
제아무리 선남선녀인 연예인이라도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한다.
그래서 맛있는 식당을 찾아서 온 것이다.
적어도 한끼 식사에 대해서는 연예인보다 그 식당이 더 특별하다.
그런데 연예인의 사인으로 승부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기 식당이 특별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식당이라면 맛으로 승부하면 되는데.
특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냥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살면 안 될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인생의 큰 목표로 삼고 살아가야만 할까?
입신양명을 하지 못하면 정말 실패한 인생일까?
이런 다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덴마크 출신의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가 1933년에 발표한 <도망자, 그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서 건너다>라는 책이 있다.
한국어로 번역되었나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그리 유명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이 소설에는 <얀테>라고 하는 가상의 덴마크 마을이 나온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소위 잘난 사람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 마을에서는 보통사람들보다 똑똑하거나 잘생기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니까 그 마을에 가면 연예인 같은 유명인사들은 찬밥신세가 되고 나 같은 별로 알려지지도 않은 보통사람들이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얀테 마을에 잘 적응하려면 다음의 10가지 규칙을 잘 지켜야 하는데 이 10가지를 일명 ‘얀테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①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②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③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④내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자만하지 말라.
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⑥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⑦내가 무엇을 하든지 다 잘할 것이라고 장담하지 말라.
⑧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⑨다른 사람이 나에게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⑩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
우스운 항목들인데 사실 이 10가지를 지키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
끊임없이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은 얀테의 법칙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진정 행복한 삶은 보통사람들의 특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