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7년에 태어나서 1938년에 세상을 떠난 미국의 시인인 더글라스 맬록(Douglas Malloch)이란 사람이 있다.
서강대학교 교수였던 故 장영희 선생이 <Be the Best of Whatever You Are>라는 시를 <누구나 살아서 할 일은 있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했는데 그 시가 좋아서 메모장에 저장해 두고 가끔 읊어본다.
“언덕 위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떨기나무가 되어라.
그러나, 제일 좋은 떨기나무가 되어라.
나무가 될 수 없다면 덤불이 되어라.
덤불이 될 수 없다면 한 포기 풀이 되어라.
그래서 어느 고속도로든 더욱 즐겁게 만들어라.”
맬록은 미시간주 머스키건이란 지역에서 태어났는데 그 지역은 미국 벌목 산업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미국 벌목꾼들에 대한 사진들을 보면 나무줄기의 둘레가 사람의 키보다도 더 두꺼운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나무 한 그루를 자르기 위해서 여러 명의 벌목꾼이 여러 시간에 걸쳐 작업을 했었다.
톱질을 하고 도끼질을 하다가 잠깐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는 벌목꾼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숲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해서 그런지 분명 고되고 힘들 텐데도 벌목꾼들의 모습은 밝기만 하다.
숲이 제공해주는 건강한 기운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다.
내 고향 제주도에도 좋은 숲이 있다.
내가 살던 봉개라는 마을 끝자락에 ‘절물자연휴양림’이 있다.
중고등학생 때 동네 선배들과 함께 심심할 때면 다녀왔던 곳이다.
삼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곳이었는데 당시에는 휴양림이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냥 동네 소나무밭이라고 생각했다.
공휴일이면 경운기를 탔고 그곳에서 가서 연못에서 개구리를 잡았고 배가 고프면 불을 피우고 슬레이트 조각 위에 삼겹살을 올려놓아 실컷 구워 먹고 왔다.
그런 날은 그 하루가 개운했다.
숲에서는 모든 게 놀이였고 즐거움이었다.
숲이 선사하는 선물이었다.
절물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5.16도로를 만나는데 그 길 따라 제주대학교 근처로 가면 ‘산천단’이란 숲이 있다.
이곳은 수령이 500년 혹은 600년 정도 된 소나무들이 모여 있는 소나무 군락지이다.
오래된 나무가 있는 곳은 전국 어디든지 “비나이다 비나이다”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곤 한다.
사실 그곳에 들어서면 어떤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 아름에 다 안을 수 없어서 두세 사람이 손을 잡아야 나무 한 그루를 안을 수 있다.
이 나무 저 나무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내가 왔다는 온기를 나무에게 전하고 오곤 했다.
어른들의 말씀으로는 한라산에는 원래 큰 나무들이 많았다고 한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밀림을 이루었었다.
그런데 고려시대에 몽골의 침입에 저항을 한 삼별초가 제주도로 밀려오자 몽골군이 한라산을 불태워버렸고 그곳에 풀씨를 뿌려버렸다.
그래서 내 고향 동네가 조랑말 목장지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봄이면 말 목장의 울타리를 넘나들면서 고사리를 꺾으러 다녔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놈들이 와서 좋은 나무들을 싹 베어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나무가 꺾이고 잘리면서 사람들의 꿈도 삶도 많이 꺾이고 잘렸다.
나무가 잘리고 숲이 없어졌을 때 제주도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절망하고 손을 놓아버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까웠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을 것이다.
맬록의 시처럼 언덕 위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떨기나무가 되고, 그것도 안 되면 덤불이라도 되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한 포기 풀이라도 되어서 땅 한 조각이라도 덮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 덕분에 후손인 우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를 고향으로 얻은 것이다.
누구나 할 일이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이는 각자 자기만의 할 일이 있다.
묵묵히 그 일을 하면 된다.
<누구나 살아서 할 일은 있다> -더글라스 맬록
언덕 위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떨기나무가 되어라. 그러나,
제일 좋은 떨기나무가 되어라.
나무가 될 수 없다면 덤불이 되어라.
덤불이 될 수 없다면 한 포기 풀이 되어라.
그래서 어느 고속도로든 더욱 즐겁게 만들어라.
모두가 다 선장이 될 수는 없는 법.
선원도 있어야 한다.
누구나 살아서 할 일은 있다.
고속도로가 될 수 없다면 오솔길이 되어라.
태양이 될 수 없다면 별이 되어라.
네가 이기고 지는 것은 크기에 달려 있지 않다.
무엇이 되든 최고가 되어라!
<Be the Best of Whatever You Are> - Douglas Malloch
If you can’t be a pine on the top of the hill
Be a scrub in the valley ― but be
The best little scrub by the side of the rill;
Be a bush if you can't be a tree.
If you can't be a bush be a bit of the grass
And some highway happier make…
We can't all be captains, we've got to be crew
There's something for all of us here.
If you can't be a highway then just be a trail,
If you can't be the sun, be a star;
It isn’t by size that you win on you fail-
Be the best of whatever you 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