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위인은?

by 박은석


박씨인 나의 시조는 신라의 첫 번째 왕이었던 박혁거세이다.

아버지는 우리가 박혁거세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족보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하셨다.

박혁거세는 이 땅에 태어나는 것부터 남들과 달랐다.

어머니 뱃속에서 “응애!”하면서 나온 게 아니라 알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내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박혁거세가 나중에 왕이 되어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알에서 태어났다는 것만은 내 기억에 잊히지 않는다.

나는 정말 혁거세 할아버지가 알에서 태어난 줄 알았다.

학교에서 토템신앙이니 뭐니 하는 것을 배우기 전까지는 철석같이 그렇게 믿었다.

박혁거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위대한 인물의 위인전들을 읽어보면 보통의 사람들로서는 감히 생각도 못 할 일들을 어려서부터 척척 해냈다고 적혀 있다.

모차르트가 4살 때부터 작곡을 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위인전에서는 흔하디흔한 일이다.




위인전을 읽다 보니까 나도 위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위인이 되려면 공부도 잘해야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하고, 체력도 좋아야 했다.

책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뭐든지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무언의 압력을 주고 있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사람은 닐 암스트롱이다.

그런데 닐 암스트롱과 함께 팀을 이루어 아폴로 11호에 승선했던 버즈 올드린과 마이클 콜린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그 두 사람이 없었다면 암스트롱이 탔던 우주선은 달에 착륙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암스트롱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그는 달에 1등으로 도착했기 때문에 당연히 위인이 되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나도 1등이 안 되면 위인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럭저럭 국민학교 때는 위인의 싹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중학생이 되고서는 위인의 꿈을 버렸다.

1등을 못했다.




내가 열심히 노력만 하면 내 삶이 아스팔트처럼 쫙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내 길이 쫙 펼쳐지기만 하지는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 곧은 길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길은 구불구불했다.

가파른 오르막길도 있었고 급격한 내리막길도 있었다.

마치 대관령, 한계령, 미시령 고갯길처럼 한쪽은 낭떠러지 같은 위태로운 길들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홍길동이나 임꺽정 같은 위인이라면 이런 가파른 길도 훌쩍 뛰어넘어 갈 텐데 나는 위인이 못 되었기에 고생고생하면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 같았다.

이게 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받아들였다.

애써 노력한다고 했지만 내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괜히 어릴 때 위인전을 읽으면서 헛된 꿈을 키워버렸다고 생각했다.

터지기 직전의 빵빵한 풍선처럼 위인에 대한 내 꿈도 터지기 직전이었다.




바로 그때 놀라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꾸불꾸불한 길 때문에 대관령, 한계령, 미시령을 넘어갈 수 있었다.

깎아지른 낭떠러지 옆길 때문에 기가 막힌 경치들을 볼 수 있었다.

훌쩍 뛰어넘었다면 보지 못했을 작은 것들을 꾸물렁 꾸물렁 걸어가다 보니 참 많이도 볼 수 있었다.

큰일을 해야만 위인인가?

자기 앞의 생을 묵묵히 살아간다면 그게 곧 위인이 아닐까?

하긴 위인은 대부분 일찍 죽던데 어쩌면 오래 못 살았으니까 위인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오래 살았으면 그들도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맨날 1등을 했었어도 90년쯤 살고 나면 다 할아버지가 되고 할머니가 된다.

할아버지가 되려고, 할머니가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인물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시다.

이 험한 세상을 그만큼 살아오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인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사진 : 다음백과(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14XX3560069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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