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비교해볼 때 내가 잘하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한때는 남들보다 훨씬 능력이 많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데도 빨랐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였고 성격도 원만했다.
어떠한 일이 맡겨진다고 하더라도 크게 두렵지 않았다.
두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 남들에 비해서 두려움을 해소하는 게 빨랐다.
뭔가 고장이 난 물건이 눈에 띄면 사람이 만든 것은 사람이 고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뜯어도 보고 붙여도 봤다.
여럿이서 나들이를 가거나 할 때는 미리 답사를 하거나 정보를 입수해서 가이드 노릇 하기를 즐겼다.
시간이 지나도 늘 남들보다 한 발짝 정도는 앞서서 갈 줄 알았다.
그러던 내가 서서히 보폭을 줄이더니 남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누리고 있다.
빨리 가고 앞서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어떤 때는 내가 남들보다 뒤처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남들은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나는 뒤에서 이제야 막 출발하려는 것 같다.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이 안 들 리가 없다.
그래도 느긋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마치 어느 경지에 오른 사람처럼 도 닦는 소리 비슷한 말들을 내뱉는다.
공자도 14년 동안 유랑했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아주 준수한 편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공자가 길을 떠난 나이가 쉰다섯 살이라는 말에 큰 위안을 삼는다.
강태공이 3년 동안 낚싯대를 드리웠다는데 물고기를 잡았다는 얘기를 들어봤냐며 그에 비하면 나는 아주 실력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내가 물고기를 많이 잡은 것은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부지런히 일을 하고 또 그 소득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노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어진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처럼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의 삶은 여러 삶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꽤 괜찮게 견뎌 나가는 삶이라고 하고 싶다.
삶은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힘든 구석이 있는데 그때 무너져 내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하다.
큰 일에는 마음을 크게 먹고 작은 일에는 마음을 작게 먹으라고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그런 말씀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위인들의 가르침들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 가르침들은 주로 책을 통해서 얻었는데 우연히 시작한 책 읽기 운동 덕분이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 원치 않는 고생을 좀 많이 했다.
덕분에 어지간한 일에는 그리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럴 때는 이렇게 대처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대처한다.
그러나 아무리 내공을 많이 쌓았다 하더라도 불안할 때가 있다.
나도 사람인데 겁나지 않겠는가?
두렵지 않겠는가?
세상 편안하게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걱정되지 않겠는가?
겁이 나고 두렵고 걱정이 된다.
내가 일일이 다 처리하고 도와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찾아오면 불안해진다.
못난 남자, 못난 사람 같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책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힘이 있다.
그것은 신앙의 힘이다.
믿음의 힘이다.
그건 어떻게 증명하기가 애매하다.
기껏 증명해도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나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종종 비비고 있다.
‘결국은 알아서 하시겠지’하고 웃어버리기도 한다.
남들에게는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믿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내가 믿는 분께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고 어리광을 피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불안이 걷히고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