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상영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극악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말에 주인공인 귀도는 초등학교 교사인 도라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자전거 한 번 타고 집에 들어갔다 나왔더니 아들이 생겼다.
세월이 몇 년 흐른 것을 영화는 그렇게 웃기게 표현했다.
귀도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들 조슈아로 이루어진 가정은 오래도록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평화롭기 그지없던 그들 가족에게 큰 불행이 닥쳐왔다.
이탈리아까지 병합한 나치 정권은 유대인 말살 정책을 펼친다.
그에 따라 귀도와 그의 아들 조슈아가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다.
귀도의 아내는 유태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그렇게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수용소는 날마다 죽음의 위협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런 공포스러운 곳에 어린 아들과 함께 있으니 귀도로서는 아들에게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들아, 우리 조금 있으면 죽을 거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아버지가 있을까?
설령 죽음의 순간에서조차 아버지라면 아들에게
“괜찮아, 아빠가 너를 지켜줄게. 넌 괜찮을 거야. 아빠가 힘이 세잖아.”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젊었을 때 촬영한 <타이타닉>이란 영화에서도 그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해가는데 선실의 한 방에서는 어린 자녀들을 잠재우는 엄마가 있었다.
아마 그 엄마도 아이들에게 “괜찮아 얘들아. 엄마가 지켜줄게.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귀도가 그랬다.
자기 자신도 엄청 무서웠을 텐데 아들에게만큼은 겁에 질린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아빠가 무너지면 아들도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도는 아들에게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을 했다.
“지금 우리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야.”라고 말이다.
숨바꼭질 같은 게임인데 군인에게 잡히지 않고 잘 숨어 있으면 차곡차곡 점수를 얻게 된다고 했다.
이 게임에서는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는다고 했다.
남자아이들에게 탱크는 환상의 장난감인데 진짜 탱크라니 조슈아는 얼마나 신났을까?
함께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도 귀도가 아들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그들도 이게 진짜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거들어 주었다.
그들에게도 어딘가에 아들이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날 이후로 귀도와 조슈아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여러 번 넘기면서 살아남는다.
독일이 패망해서 후퇴한다는 소식을 들은 귀도는 아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다가 혼자 잡힌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귀도는 숨어 있는 아들과 눈이 마주치자 자신은 게임에서 졌다는 듯이 활짝 웃는다.
그리고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으니 꼭꼭 숨어 있다가 1등을 하라고 눈짓을 보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다양한 우여곡절로 채색되어 있다.
기쁜 날이 있으면 슬픈 날도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면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어려운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흐릿한 수채화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슬픔도 눈물도 상처도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리 가슴에 남는다.
단, 우리가 그날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렇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사실 매우 힘든 날이었는데 드라마틱하게 그 상황을 이겨냈기에 아름다운 날이라는 영예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조슈아에게 가장 아름다운 날은 사실은 아버지를 잃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느낀 날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날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