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뜨면 아이들과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진다.
“일어나라”는 말을 몇 번이나 외쳐야 졸린 눈 비비며 방에서 비실비실 나온다.
매일 똑같이 외치는 말이고 들리는 말들이 이어진다.
“정신 차려라”, “세수해라”, “양치질해라”, “밥 먹어라”, “옷 입어라”, “빨리!”
우리 집에서만 들리는 말이 아니라 어느 집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나도 어렸을 때 많이 들은 소리다.
이쯤 되면 아이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있다.
잔소리 좀 그만하라는 무언의 항의이다.
하지만 부모의 의무라는 게 있다.
자기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거다.
그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어김없이 자동소총처럼 쏘아댄다.
아이가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설 때면 잔소리는 절정을 이룬다.
“차 조심해라. 사람 조심해라. 학교 끝나면 곧바로 와라.”
아이는 “알았어! 알았어!”만 반복한다.
그래야 잔소리가 빨리 끝난다.
아이의 하루는 잔소리로 시작한다.
우리말 사전을 찾아보면 잔소리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하게 늘어놓는 말, 혹은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하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전에서도 좋은 의미로 소개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말을 몇 번 들으면 짜증이 날 만하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마 잔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잔소리는 자잘한 소리이니까 무게감도 없다.
마음에 크게 새겨지지도 않는다.
유치원생들도 귀찮아하는 말이다.
어렸을 때도 듣기 싫은데 나이 들어서 잔소리를 듣는다면 굉장히 기분이 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에게 잔소리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잔소리는 참 좋은 말이다.
다 나 잘되라고 하는 소리이다.
나를 걱정하는 소리이고 나를 축복하는 소리이다.
어찌 보면 인생살이의 중요한 말은 매일 듣는 잔소리 안에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잔소리대로 살면 잘 살 수 있다.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왔지만 오고 가는 길에서 봉변을 당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래서 길 조심하라는 잔소리가 중요한 말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그러니 사람 조심하라는 잔소리는 우리가 겪게 될 어려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꼭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아무리 능력이 특출하다고 하더라도 자기 힘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 때, 자신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니 웃어른을 공경하라는 잔소리는 우리의 삶에 많은 도움을 받는 비결이 되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잔소리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중요한 말들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부모는 아이들에게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다 내 새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인생살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따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입시험 준비하듯이 달달 외워서 얻는 것도 아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늘 들어온 말이다.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말이다.
이 사실을 일찍 발견한 미국의 로버트 풀검이라는 사람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유치원 시절에 이미 다 배운 그 중요한 것이 바로 ‘잔소리’이다.
잔잔히 들려왔던 어머니의 잔소리 아버지의 잔소리, 그 안에 인생의 진리가 다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잔소리는 우리를 살게 하는 소리였고 우리를 살리는 소리였다.
잔소리가 ‘산소리’였다.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잔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행복할까?
그때가 되면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잔소리 들을 때가 행복한 때였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