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를 보면서 존재의 소중함을 생각해 본다

by 박은석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3년의 시간 동안 우리 집 식구 4명 중 그 누구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그전에는 한 달에 한두 명은 동네 병원에서 감기 처방을 받았는데 요새는 감기가 자취를 감췄다.

우리 가족이 특별히 3년 동안 체력 관리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마스크 착용을 잘하고 있고 손씻기를 좀 더 자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위생관리는 이 2가지가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주로 손을 통해서 온다.

나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하루에 수십 명과 악수를 한다.

그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그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는다.

만약 내가 손을 자주 씻지 않는다면 금방 내 몸에 세균과 바이러스가 자리 잡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하루에 열 번도 더 손을 씻는다.

아이들도 밖에 나갔다 오면 손부터 씻는다.

이제는 그게 습관이 된 것 같다.




흐르는 물에 30초 동안 손을 씻으면 어지간한 세균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아내는 맹물로 씻으면 효과가 없다고 한다.

반드시 비누로 씻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비누로 씻었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비누로 씻었다고 한다.

아내는 이상하다고, 그렇게 빨리 씻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시치미를 뚝 뗀다.

물론 나도 비누로 자주 씻는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는데 식구들의 눈살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 집 세면대 위에는 항상 비누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비누가 없는 화장실이나 세면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비누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시골 이발소의 싸한 비누, 동네 목욕탕의 거품 많은 비누, 빨랫비누, 세숫비누, 누런 다이알 비누, 하얀 드봉 비누, 물에 뜨는 비누, 인삼 비누, 폐 식용유로 만든 수제 비누, 사해바다 비누 등 그 종류도 많았다.




인류 최초의 비누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나왔다고도 하고 이집트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로마시대에는 사포(Sapo)라는 언덕에서 짐승을 불에 태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때 언덕 아래의 시냇물은 짐승의 기름과 불에 탄 재가 섞여 흘렀다.

그런데 멋모르고 그 기름 섞인 잿물에 빨래를 했더니 옷의 때가 잘 씻겨나간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아마 제사 지내는 날을 택해서 빨래하는 사람이 늘었을 것이다.

차츰 사람들은 이 신비로운 잿물에 이름을 붙여 불렀다.

그래서 사포 언덕에서 나온 물질이란 의미로 ‘솝(Soap)’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약삭빠른 사람은 제삿날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짐승의 기름과 재를 섞어서 실험해 보았을 것이다.

짐승의 기름을 구하기 힘들 때는 올리브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도 사용해 보았다.

잿물 대신 천연소다를 섞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비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름이나 천연소다는 값이 비쌌기에 비누는 돈 많은 귀족들의 전유물로 취급되기도 했다.

한때는 비누에 높은 세금을 매기기도 했다니까 서민들에게는 비누칠 한 번 해보는 게 꿈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비누를 구하기 힘들었던 서민들은 잿물을 비누 대신 사용했다.

내 어릴 적에만 해도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잿물로 놋그릇과 무쇠솥을 닦아내고 했었다.

불에 타버린 후에 한 줌 먼지로 흩어질 그 잿가루가 비누로 다시 태어났다는 게 놀랍다.

새까만 숱에서 나온 하얀 잿가루가 우리의 옷을 깨끗하게 해 주었다.

세상을 밝고 화사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 몸을 깔끔하게 하고 질병을 막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 생활에 지대한 변화를 일으켜주었다.

가장 지저분한 잿가루가 세상을 가장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한낱 잿가루도 이렇게 놀라운 변신을 하고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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