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글 한 문장, 말 한마디

by 박은석


책을 읽다 보면 한 문장의 글이 나의 마음을 ‘쿵!’하고 울릴 때가 있다.

어쩌면 그런 맛에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300페이지나 되는 책 속에서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을 찾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쉽지 않다.

그 한 문장은 특별히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진다.

마치 자율신경이 작동하는 것처럼 마음에 새겨진다.

조지프 헬러의 대표 소설인 <캐치 22>는 ‘첫눈에 반해버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것 봐라! 이 문장은 듣는 순간 그냥 외워졌다.

조지프 헬러라는 작가는 잊어버려도 이 문장은 평생 잊어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말이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또 얼마나 써먹기 좋았는지,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마치 중독된 것처럼 이 문장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문장으로 연애편지를 썼을 테고 이 문장으로 사랑 고백을 했을 것이다.

그 글과 그 말에 덜컥 마음이 낚여버린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전쟁과 평화>, <부활>과 함께 톨스토이의 3대 걸작으로 불리는 <안나 까레니나>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모든 면에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 때문에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마음 잡고 <안나 까레니나>를 읽어보려고 책을 들었다.

첫 페이지에 적인 이 첫 문장을 읽고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못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기에는 너무 멋있고 철학적이고 인생의 진리가 담뿍 담겨 있는 말 같기 때문이다.

그래 맞다.

행복한 가정은 돈이 많든 적든, 몸이 건강하든 아프든, 식구들이 많든 적든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누가 보더라도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불행한 가정은 도대체 뭣 때문에 불행한지 쉽사리 알 수가 없다.

그 이유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 하나만 건져도 책 한 권의 본전을 뽑는다.

가정에 대한 강의를 할 때도 좋고 우리 가정을 돌아보기에도 좋은 말이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시인은 울지 말라고 했는데, ‘울지 마라’라는 그 시구가 시인의 다사로운 음성처럼 들리는데,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외로운데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하는 그 말에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았는지 모른다.

평생 외로울 텐데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라고 격려까지 해준다.

사람은 외롭게 혼자 태어나서 외롭게 혼자 간다.

쌍둥이니까 같이 태어났다고 하는데 엄연히 다르게 태어났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같이 간다고 하는데 엄연히 다르게 간다.

이 지구상에 외롭게 살아가는 존재가 사람이다.

이 한마디 말로 나는 또 많은 사람을 위로할 수 있었다.




일본의 여성 마라토너인 아리모리 유코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시간 32분 49초의 기록으로 들어왔지만 발렌티나 예고로바에게 8초 밀리면서 은메달을 획득하였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후 겨우 마음을 추스른 그녀는 4년 후에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하였다.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마지막에 역전당해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조금만 더 분발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인터뷰 자리에서 한마디 말을 했다.

“메달 색깔은 모르겠지만... 오늘은 제가 처음으로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채찍질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리모리 유코는 자신을 칭찬해주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인터뷰 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은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유코의 말 한마디는 작고 가녀렸지만 그 한마디의 말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는 전 세계를 흔들고도 남았다.

가슴을 울리는 글 한 문장, 말 한마디00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