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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06. 2022

지구온난화는 인간들이 불 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초순인데 낮 기온이 높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반팔 셔츠를 입고 있다.

주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팔 셔츠를 입고 다니지만 나는 여전히 반팔 셔츠다.

내 몸이 여전히 더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중순이면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었는데 올해는 어떠려나 모르겠다.

아직 뉴스에서는 단풍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한반도의 날씨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어렸을 때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나라라고 배웠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에는 단풍으로 뒤덮이고 겨울에는 눈 쌓인 산하가 아름답다고 했다.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온도차도 심하기에 계절 따라 옷을 바꿔 입어야 했다.

옷값으로 지출되는 돈이 엄청나게 많다고 투덜거리면 그러기 때문에 패션이 발달하고 유행이 생겼다고 했다.

계절의 변화가 심한 만큼 더욱 발전하고 발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점점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봄이 오나 하면 성큼 한여름 무더위 속에 들어와 있고, 이제 가을이 오려나 싶으면 매서운 추위가 몰려오는 한겨울이 된다.

3, 4, 5월은 봄이고, 6, 7, 8월은 여름이며 9, 10, 11월은 가을이고 12, 1, 2월은 겨울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자동차 안에서도 언제 히터를 틀어야 할지 언제 에어컨을 틀어야 할지 구분할 수가 없다.

아예 사시사철 히터와 에어컨을 틀어놓고 지낸다.

겨울인데도 덥다고 하며 반팔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있고, 여름인데도 추울 수 있다며 가방에 긴팔 옷을 넣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냉난방의 온도조절이 가능한 건물 안에서 지내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건물 밖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10월 초순인데 내가 아직도 반팔 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은 바깥 온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지지 않고 있다.

많이 변했다.




이제 한반도가 아열대지방이 된 것 같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해조류들이 동해안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신기한 일이라며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비가 한번 오면 하늘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것도 예사스럽지가 않다.

사람들은 이게 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가 전체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이유는 인간들이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사계절의 변화가 사라지고 기온이 점점 뜨거워지는 원인은 인간들이 제공하고 있다.

지구가 잘못한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라고 말을 붙이니까 괜히 지구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간들이 그럴싸하게 말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괜히 지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자기들이 피해자인 양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인간들이 지구에 불을 지르고 있다.

전기와 석유를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것이라고 할 게 아니다.

전기가 없을 때도 석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도 인간들은 지구를 불 질러왔다.

농사지을 땅을 얻는다며 숲에 불을 질렀고 청동기 문명, 철기문명을 이루겠다고 하면서 불을 질렀다.

벽돌을 만들어 도시를 건설한다면서 불을 질렀고 도자기를 만들어 폼 나게 살겠다고 하면서 불을 질렀다.

하여간 인간들이 불을 지르면 지구는 그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썼던 게 역사이다.

우리는 인류가 청동기문화, 철기문화를 거치면서 도시가 발달하고 문명이 발전했다며 인간의 위대함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박물관의 유물이 되어버렸고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더미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불을 지르고 얻은 게 고작 지구온난화이다.

계절의 변화를 망가뜨린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깨닫지 못했는지 계속 불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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