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영심 때문에 좋아하게 된 브란덴부르크협주곡

by 박은석


시작은 나의 허영심이었다.

누가 나에게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잘 알아서 그런 대답을 했던 것이 아니다.

누가 나에게 음악을 물어보면 클래식 음악 한 두 곡쯤은 대답하려고 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같은 경우는 식상했다.

남들이 잘 모름직한 곡을 대답하고 싶었다.

그때 나에게 다가온 곡이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이었다.

이름을 듣는 순간 뭔가 심오한 것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이 어떤 음악인지 들어야 했다.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

계속 듣다 보니 정말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이 음악이 들리면 굉장히 반가웠다.

마치 바흐가 나를 위해서 이 음악을 만든 것 같았다.

착각은 자유지만 이왕에 착각을 할 거면 기분 좋은 착각을 하기로 했다.




효과는 즉각 드러났다.

어쩌다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말이 오갈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어김없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이야기를 했다.

좌중을 압도하는 그 무엇인가가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나나 상대방이나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란 거 안다.

그러니까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이란 말이 튀어나오면 그게 뭐냐는 듯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때의 그 분위기가 맘에 든다.

괜히 내가 상대방보다 한 계단 위에 올라 선 기분이다.

물론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이렇게 대답하지 않는다.

그들 앞에서는 클래식 음악은 잘 모른다느니 아무리 들어도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느니 그 어려운 곡을 어떻게 구분하느니 하면서 너스레를 떤다.

전공자들 앞에서 허세를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는 내 밑천이 드러나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어쨌든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얘기를 꺼냈으니 사람들은 그게 어떤 음악이냐고 물을 게 뻔하다.

그러면 대답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음악 공부를 하게 됐다.

먼저는 작곡가인 바흐가 어떤 인물이며 그의 음악 인생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봤다.

나만 몰랐던 사실이었는지 바흐의 음악 여정에 대한 소개를 하는 글들을 보면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이 꼭 들어가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곡은 제대로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곡이 아니라 대작을 고른 셈이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브란덴부르크가 무엇인지 찾아봐야 했다.

브란덴부르크는 지금은 독일로 불리지만 과거에는 프로이센 땅이었다.

이곳에서 바흐는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맛보았다.

그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브란덴부르크의 영주 크리스티안 루트비히에게 헌정한 곡이다.

일종의 선물인데 음악가니까 음악으로 선물한 것이다.




그런데 브란덴부르크협주곡에 대한 정보들을 찾다 보니까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왔다.

브란덴부르크가 얼마나 중요한 땅인지, 빌헬름 1세와 빌헬름 2세 때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었는데 그 문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평화의 문’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찾았다.

나폴레옹이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이 문을 통해서 베를린에 입성했다고 해서 이 문이 더욱 유명해졌다고도 한다.

바흐로부터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을 받은 관리가 루트비히에게 전해드리는 것을 깜빡 잊었는지 이 곡이 무려 13년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여간 사연 많고 곡절 많은 음악이었다.

덕분에 나는 음악도 공부하고 미술도 공부하고 바흐의 인생도 공부하고 독일의 역사도 공부했다.

처음에는 허영심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허영심은 사라지고 지식이 되었고 취미가 되었다.

고맙다.

브란덴부르크협주곡아!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연주 영상 https://music.youtube.com/playlist?list=PLLGbX84_Lqocjm4bowRauCUzR_MmASXdv&feature=share)



내 허영심 때문에 좋아하게 된 브란덴부르크협주곡001.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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