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로부터 좋은 선물을 받았다.
굉장히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고,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인지상정이다.
받기만 하고 줄 것이 없으면 괜히 마음이 약해진다.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계속 주다가도 나에게 오는 것은 없는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딱히 뭘 받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주는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기는 하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고마운 마음이 있으면 자그마한 것이라도 어떤 답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도 이런 것을 따지는 것을 보면 내가 군자가 되거나 성인이 되기는 글렀다.
나도 그저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다.
아닌 척하면서도 챙길 것은 챙기고, 없는 척하면서도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이런 나에게도 아낌없이 줄 때가 있다.
바로 내 아이들에게다.
딸아이가 이번 주 금요일 아침에 에버랜드에 데려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수학여행도 못 가고 소풍도 못 갔는데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에버랜드에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에버랜드 개장 시간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 하는데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기도 하니까 나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물론 나도 아침 시간에 피곤하기도 하고 바쁘기도 하다.
그래도 딸아이의 부탁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들어줘야지! “데려다줄게.”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딸아이의 좋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면 충분하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몸이 피곤하더라도 딸이 기뻐하면 괜찮다.
내가 딸바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딸바보 같은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다.
딸 가진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다 나와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딸을 위해서라면, 딸의 기쁨을 위해서라면 그까짓 피곤함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집에 와서 프로야구를 보고 있었다.
우리 팀 엘지트윈스가 시즌 2위를 차지하고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되었다.
오늘이 첫 경기이다.
올해 들어 부쩍 야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아들이기에 야구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엄청 클 것이다.
자기 용돈을 털어서 가려고 했는데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티켓 가격은 둘째치고 티켓 예약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포기한 것 같았다.
그런 아들에게 티켓 한 장 선물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티켓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상황이었다.
두 시간 넘게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동시에 접속하여 계속 예약을 시도했다.
슬슬 짜증이 나던 차에 티켓 한 장을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시치미 뚝 떼고 아들에게 티켓 한 장을 예약했는데 가겠냐고 물었다.
순간 아들의 입이 좌악 찢어지면서 귀에 걸렸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티켓을 구하느라 고생한 일들이 싹 잊혔다.
이제 딸은 아침 일찍 에버랜드에 가는 부담을 덜었다.
아들은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포스트시즌 경기를 직접 관람하게 되었다.
벌써부터 마음이 뛰는지 집안의 공기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내가 에버랜드에서 놀고 오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다.
내가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관람하고 오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다.
따지고 보면 나는 손해만 봤다.
시간도 손해이고 돈도 손해이다.
이렇게 손해를 보면서도 기분이 좋은 것을 보니까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낫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맞는 말 같다.
내가 에버랜드에 가서 딸아이와 같이 놀아주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야구장에 함께 가서 아들과 함께 응원하지 못해도 괜찮다.
내 딸이 친구들과 실컷 놀다 오면 그것으로 나도 만족이다.
내 아들이 야구장에서 목이 쉬도록 응원하고 오면 그것으로 나도 만족이다.
그게 내가 아이들로부터 받는 선물이다.
그게 나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