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람이 되려면...

by 박은석


가을이 깊어지면서 우리 동네 가로수들이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어디로 단풍 구경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화려한 단풍 궁궐을 만들어낼 것이다.

내가 분당으로 이사 왔을 때만 하더라도 가녀린 나무들이었다.

줄기가 내 허벅지보다도 얇았던 것 같다.

그러던 녀석들이 이제는 제법 굵어졌다.

줄기가 굵어지면서 나무의 키도 높이 자랐고 가지들도 옆으로 많이 뻗었다.

자연히 나뭇잎들도 무성해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에는 단풍숲 못지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처음 심겼을 때는 이 녀석들이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염려도 되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온 햇수만큼 더 지나면 아름드리나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지나가다가도 나무가 얼마나 큰지 한아름에 안아보려고 할 것이다.

큰 나무가 있으면 안아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큰 나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공원이나 유원지에서 큰 나무가 보이면 일단은 그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나무만 그런 게 아니라 무엇이든지 큰 게 있으면 사람들은 그 큰 것을 보려고 가까이 간다.

큰 산, 큰 바위, 큰 건물 모두 그렇다.

사람도 큰 사람 곁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단순히 키가 큰 사람이 아니라 큰 인생을 사는 사람이 그렇다는 말이다.

큰 스승님 밑에 많은 제자가 있고 큰 임금님 밑에 많은 신하들이 있다.

그 큰 영향력의 그늘 아래서 여러 사람이 쉼을 얻는다.

나도 오래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언젠가 나도 큰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내 그늘 아래서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실컷 즐기다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될까?

사람을 많이 사귀면 될까?

신앙심을 깊이 키우면 될까?

큰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많이 궁금했었다.




의외로 큰 나무가 되는 비결은 간단했다.

큰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오래도록 그 자리에 심겨야 한다.

땅에 심기지 않고서도 키가 크는 나무는 없다.

땅에 심겨서 뿌리가 내려져야 한다.

뿌리가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느냐에 따라서 나무의 키가 달라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든지 반드시 한곳에 뿌리를 내리게 되어 있다.

여기저기 찔러보는 사람도 언젠가는 한곳에 뿌리를 내린다.

다들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데 왜 어떤 나무는 크고 어떤 나무는 크지 못할까?

그 이유는 얼마만큼 오래 그곳에 뿌리를 내렸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단순한 일도 십 년, 이십 년 반복하다 보면 그 일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고 달인이 된다.

큰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지식이 많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 일에 처음인 사람은 누구나 초보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다.




나무의 뿌리를 캐 보면 굵은 뿌리에 잔뿌리들이 수북하게 붙어 있다.

그리고 그 잔뿌리들은 고운 흙을 잔뜩 감싸고 끌어안고 있다.

잔뿌리가 많아야 하고 그 잔뿌리들이 흙을 많이 감싸 안아야 큰 나무가 된다.

그래야 강한 바람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나무가 된다.

지저분하다며 잔뿌리를 모조리 잘라버리면 안 된다.

거추장스럽다며 흙을 치워버려도 안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큰 사람이 되려면 온갖 지저분한 일들도 경험해 보아야 하고 거추장스러운 관계들도 끌어안아야 한다.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큰 나무와 같은 위인들은 하나 같이 지저분한 일들을 수없이 경험했고 거추장스러운 인간관계들을 끌어안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가까이했다면 위인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 지저분하고 거추장스러운 요소들이 있다면 내가 큰 사람이 되려나 생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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