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센 놈은 묻는 놈이다

by 박은석


세상에서 제일 센 놈이 어떤 놈인가 궁금했던 때가 있다.

나도 센 놈이 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놈이 센가 하면 그보다 더 센 놈이 나타난다.

기는 놈 위에 걷는 놈이 있고 걷는 놈 위에 뛰는 놈이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놈 위에는 어떤 놈이 있을까?

우리의 생각은 나는 놈에서 멈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놈보다 더 대단한 존재는 없다고 믿는 것이다.

나는 놈이 대단한 이유는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먼 곳까지 빨리 볼 수 있고, 멀리까지 빨리 갈 수 있고, 넓은 지역을 빨리 차지할 수 있고, 많은 정보를 빨리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빨리 얻을 수 있으니까 그만큼 영향력도 크게 된다.

그래서 나는 놈이 세상에서 제일 센 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놈 위에 더 센 놈이 있다.

그건 바로 “왜?”라고 하면서 계속 묻는 놈이다.

질문하는 놈이다.

이놈 앞에서는 나는 놈도 꼼짝할 수 없다.




나는 놈이 자기가 날아다닌다고 자랑을 하면 이 질문하는 놈이 묻는다.

“왜 날아다니는데?”

그러면 나는 놈이 대답한다.

“빨리 갈 수 있으니까.

날아가는 게 제일 빠르니까.”

물어보는 놈이 또 묻는다.

“왜 빨리 가야 하는데?”

나는 놈이 대답한다.

“빨리 가야 빨리 얻고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물어보는 놈이 또 묻는다.

“왜 빨리 얻고 왜 많이 얻어야 하는데?”

이쯤 되면 나는 놈이 생각한다.

“왜 빨리 가야 하지? 왜 많이 얻어야 하지?”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묻는 놈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쫓아다니면서 계속 묻는다.

“왜? 왜? 왜?”

그 질문에 나는 놈은 더 이상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놈의 ‘왜’라는 말 좀 그만하면 안 될까?”라고 사정을 한다.

나는 놈이 진 것이다.

지금까지 자기가 제일 센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묻는 놈을 만나고 보니까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들통나고 말았다.




세상 모든 피조물들보다 인간에게 월등하게 많이 있는 힘은 바로 이 물어보는 힘이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랍시고 하면서 세상을 독차지하게 된 것은 이 물어보는 힘을 적절히 잘 사용했기 때문이다.

물어보지 않았다면, 스스로 질문하지 않았다면 인류 문명은 오늘날처럼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질문하는 힘이 인간을 강하게 만들었다.

어린 아기가 엄마나 아빠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이유도 물어보는 힘을 잘 사용하기 때문이다.

“왜?”라고 물어보면 부모는 궁색한 변명이라도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물어보는 것도 단순하고 대답도 단순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의 질문은 더욱 고차원적이 되고 부모의 대답은 더욱 저차원적이 된다.

그러다가 더 이상 답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온다.

그때 비로소 부모는 자기들보다 아이가 더 똑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순간 부모가 하는 말이 있다.

“묻지 마!”




묻지 말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이 없다.

그것은 폭압이고 폭력이다.

부모가 묻지 말라고 버럭 고함을 치는 순간 방글방글 웃으며 “왜?”라고 묻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가장 강력한 힘이 물어보는 힘인데 그걸 사용하지 못하게 하니 그처럼 원통하고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라는 보험회사 광고가 나온다.

굉장히 편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자기가 하는 대로 그냥 따라오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편할 것이라고 하는데 순 거짓말이다.

절대 우리가 편하지 않는다.

자기가 편할 뿐이다.

왜 질문을 막아버리는가?

왜 묻지 못하게 하는가?

그건 자기가 겁이 나기 때문이다.

자기가 별것 아니라는 게 들통나기 때문이다.

진짜 강하고 센 놈이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할 것이다.

왜냐고 물어봐야 한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봐야 한다.

물어봐야 발전도 하고 성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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