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작이다. 끝까지 달려가 보자

by 박은석


세계 4대 마라톤대회를 들라 하면 런던, 로테르담, 보스턴, 그리고 뉴욕마라톤 대회라고 한다.

그중에서 뉴욕마라톤대회는 1970년부터 해마다 11월 첫째 주 일요일에 개최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출전한다.

1998년 11월 3일 자 연합뉴스는 그해 뉴욕마라톤에서 있었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스물아홉 번째 열린 뉴욕마라톤이었는데 참가한 선수들이 모두 3만2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출전한 선수들을 1미터 간격으로 서게 하더라도 3만 2천 미터, 즉 32킬로미터가 될 정도였다.

뉴욕 현지시간으로 11월 1일 일요일 아침 6시 3분에 마라톤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때 출발한 선수는 오직 한 명이었다.

나머지는 5시간이 지난 후에 출발했다.

부정출발은 아니었다.

대회조직위원회에서 오직 그 선수에게만은 남들보다 일찍 출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선수는 50대 중반의 여성 조 코플로비츠였다.





그런데 무려 5시간이나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코플로비츠는 남들보다 훨씬 늦게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녀가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은 11월 2일 오후 1시 12분이었다.

그러니까 그녀의 기록은 31시간 9분이었다.

아마 이 기록은 내가 사는 동안에는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 될 것 같다.

42.195킬로미터를 31시간 동안 뛰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사실이었다.

어떤 자료들에서는 1990년 제29회 뉴욕 마라톤이라는 오타까지 있었다.

뉴욕 마라톤이 1970년에 시작되었으니까 29회째면 1998년이 맞다.

그리고 그해의 11월 첫째 주 일요일은 11월 1일이었다.

남들은 두세 시간이면 끝내는 경주였다.

늦어도 네댓 시간이면 결승선을 통과한다.

그런데 그녀는 남들을 다 자기보다 앞지르게 하고 자신은 맨 뒤에 남아서 홀로 스물여섯 시간을 넘게 달렸다.

혼자만의 레이스를 펼친 것이다.




사실 조 코플로비츠는 이십 대 중반부터 그때까지 25년 넘게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에 목발을 의지해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몸이었다.

그런 몸으로 마라톤을 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목발을 짚고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였다.

그녀가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게 그때만은 아니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뉴욕마라톤만 11년째 완주하였다.

그보다 앞서 있었던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는 31시간 내에 완주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당뇨병도 앓고 있었기 때문에 2시간마다 혈당을 체크하며 뛰었다.

장시간 동안 목발을 짚고 달려야 했기에 팔 근육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고독한 시간을 견뎌야 했고 밀려오는 졸음도 이겨내야만 했다.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밀려왔겠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끝까지 달렸다.




“기록과는 상관없이 저는 제가 승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실하게 전진하고 전진하면 반드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50대 중반의 여성 장애인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후에 한 말이다.

나는 아직 한 번도 그만큼 뛰어본 적이 없다.

나 같은 사람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결단을 내려버렸다.

어디 마라톤뿐인가?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내 능력 밖이라고 선을 그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왜 그랬을까?

나에게는 등수에 들지 못하면 안 한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등수에 들지도 못할 텐데 그걸 왜 하냐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일찍 포기하게 만들었다.

꼭 1등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끝까지 달려서 결승선을 통과하면 누구나 승리한 것이다.

2023년 한 해 끝까지 달려보는 거다.

그 끝에서 승리의 함성을 외쳐보는 거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끝까지 달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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