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내가 공부하는 모임에 이제 막 들어온 신입회원이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았고 첫 모임에서 인사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오지 않았다.
신입회원이니까 당연히 참석할 줄 알았다.
나 같은 선배들에게 인사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좋은 정보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뭔가 바쁜 일이 있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와 연락이 닿는 다른 회원을 통해서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의 아내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았는데 부작용이 생겨서 급성 심근염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겨서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뛰고 있었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호흡이 멎는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의 아내도 2~3일 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간신히 의식이 돌아왔다고 했다.
기계의 도움으로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그것도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백신 부작용으로 심장에 염증이 생기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텐데 그 거의 없는 확률이 그의 아내에게 해당된 것이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쩔쩔맸을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었기에 심장 이식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아마 그 말을 하게 된 의사 선생도 비통했을 것이다.
의사에게 있어서 자신이 고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더 자존심 상하는 말이 있을까?
모르긴 해도 그 담당 의사 선생도 평생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이런 경우는 겪어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만큼 희귀한 상황이었다.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어렵사리 그와 통화를 했는데 땅이 꺼지는 듯한 힘없는 목소리였다.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힘내라는 말 같은 것은 가식처럼 여겨졌다.
그는 나에게 심장 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장이 아니라 신장 아닐까?’ 하는 물음이 스쳐갔다.
그가 나에게 “하트(Heart)예요.
심장, 하트요.”라고 했을 때 내 입에서 “아!”하는 탄식이 나왔고 내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심장 이식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심장의 조직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누군가 심장을 기증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심장을 기증할 만큼 심장에 여유 있는 사람이 세상이 어디에 있나?
없다.
심장을 주고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의 아내가 심장을 이식받으려면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그의 아내가 살려면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심장 기증자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저 한 가닥 희망을 가져 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예 희망이 없는 것보다 단 하나의 희망이라도 있는 게 낫다.
그런데 그 희망 앞에 또 하나의 벽이 있었다.
2주일 안에 심장 이식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간이 넘어가면 이미 산소가 부족한 몸이기에 회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벌써 2주일 중의 며칠이 지난 상태였다.
막연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기적이라는 게 일어나면 안 될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났다.
그와 통화한 지 5일이 지났다.
내 희망의 촛불도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이,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오늘 새벽에 심장 기증자가 나왔다.
여러 검사를 마치고 그 심장이 그의 아내 곁으로 갔다.
저녁 7시가 지나서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 시간이 4시간 정도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제 거의 끝나갈 시간이 된 것 같다.
제발 수술이 잘 되었기를 바란다.
부작용이 없기를 바란다.
회복이 잘되기를 바란다.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 하나하나가 다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기적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