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예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사촌 언니들과 많이 비교당했다.
주변 어른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ㅡ어머~ 윤주는 눈코입이 커서 너무 이쁘네~
ㅡ이야~ 현주는 인형 같네! 어쩜 저리 얼굴이 작을까!
ㅡ어? 이자까야는... 건강하네.
또 다른 분은 저렇게도 말했다.
ㅡ윤주는 갈수록 더 이뻐지네~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다~
ㅡ현주는 러시아 인형 같네~오똑한 콧대 좀 봐~
ㅡ음... 이자까야는... 장군감이네.
썩을... 나보다 예쁜 사촌 언니들이 있다한들 주변 어른들은 어린이였던 이자까야에게 최소한 '귀엽다'라는 말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6학년 전까지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은 '건강하다', '장군감이다', '힘이 많이 세다', '많이 먹는다'... 뭐 그런 표현들이었다.
이러니 어린 동심은 질투의 화신이 될 수밖에. (그래도 어릴 때 크게 삐뚤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난 언니들보다 안 예쁘니까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계기가 된 것도 있다)
나를 키워주신 외할머니마저도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그런 말씀을 하셨다.
ㅡ(부산말로)
느그 엄마는 키도 억시로 크고 피부도 하얗데이~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한데 니는 시크매 갖고 와그랗노?
턱도 뾰족하이~이래갖고 니 시집이나 제대로 가긋나?
(*해석 : 너의 친모는 키가 매우 크고 하얀 피부에 외모가 출중하단다. 그런데 너의 얼굴은 친모를 닮지 못했구나. 피부톤이 어두운 점도 할머니는 걱정이 되는구나. 또한 미인이라 함은 동그랗고 복스러운 얼굴형 이어야 하는데 너는 턱이 뾰족하여 맏며느리감은 못될 것같구나. 그래서 할머니 된 마음에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왈가닥이었던 나는 할머니의 걱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이렇게 화답했다.
ㅡ문디 할매야! 니도 못생깃따! 내가 할매 닮아서 못생긴 거 아이가!이기 내 잘못이가?!
(*해석 : 할머님, 제게팩폭을 날리셔서 마음이 아픕니다만 제가 못생긴 원인은 할머님을 더 닮아서입니다. 그 점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라며 할머니께 바락바락 대들었다.
어쨌든 어린시절 나는 주변에 예쁜 사람 천지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은 이랬다.
그런데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이다.
외모라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칭찬을 받기 시작한것이다.
나더러 얼굴이 작단다.(사실 어깨가 직각 어깨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이다)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허리가 굽고 라운드 어깨와 거북목이 된다. 그러면 목은 짧아지고 얼굴은 점점 커진다.
그리고 내 턱선이 브이라인이라부럽단다.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은 내게 얼굴에 무슨 시술을 받았냐고물었다.
"얼쑤~!"
"내게도 외모 칭찬을 받는 날이 오는구나~!"
다들 얼굴형이 두리뭉실해지는데 나는 여전히 턱선을유지하고 있다.(세월이 오래 지나고 나니 맏며느리감의 동그란 얼굴형보다 갸름한 턱선의 시대가 왔다!)
이목구비가 아무리 예뻐도 턱선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얼굴형이 평면적으로 넓어진다. 그러면 예쁘고 오밀조밀했던 눈, 코, 입의 질서도무너지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예뻤던 쌍꺼풀, 귀여운 보조개, 오똑한 콧날도
턱선이 무너지고 피부가 흐늘흐늘대기 시작하면뚜렷했던 이목구비의 존재도 약해진다.
여기서 나의 꿀팁을 공개하겠다. 참고로 나는 원래 턱에 각이 졌거나 동그란 얼굴형은 아니다. 단지 예전보다 얼굴이 '더 작아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분명 '작다'라고 하지 않았다. 연예인들 옆에 있으면 나도 큰바위 얼굴처럼 보일지도...)
*브이라인 만들기 꿀팁(시술 필요 없음, 준비물ㅡ 손)
목 양쪽면에는 '흉쇄유돌근'이라는 근육이 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상태에서 손으로 만져보면 목 옆면에 사선으로 튀어나오는 근육이다) 흉쇄유돌근은 우리의 턱선과 이어지는 목 근육으로 턱선 모양에 영향을 준다.
흉쇄유돌근을 목빗근이라고 하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얼굴이 크다라고 놀림을 받은 후부터(내 얼굴이 큰 게 아니라 사촌 언니들 얼굴이 너무 작은 거였다!) 흉쇄유돌근을 새끼손가락 쪽 손날로 자주 꾹꾹 눌러주었다. 화장실 갈 때마다 거울 앞에서 30초씩 양쪽 흉쇄유돌근을 손으로 눌러주시라. 어느 날 갸름해진 나의 턱선을 발견할 것이다. 음, 이러다 공중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흉쇄유돌근을 누르고 있는 여성을 본다면? 그 사람은 '나'이거나 '나의 독자분'이거나 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