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부심 vs 근부심

by 이자까야

우리나라는 유달리 술부심이 강하다.

나처럼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는 사람은 회식자리 자체가 고역이다.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업무역량으로 포함시키는 것 같은 분위기가 싫다. 그리고 멀쩡하던 사람들이 점점 술에 취해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을 맨 정신으로 지켜보는 것도 고역이다. 필름이 끊겼던 그들은 정작 다음날 편안한 표정이다.

술을 잘 못 마신다는 이유로 나는 회식자리에서 별의별 말을 다 들었다. (나의 주량은 1년 평균 맥주 한 병도 되지 않는다)


ㅡ술 잘 마시게 생겼는데 웬 내숭이냐란다.

그럼 반대로 묻고 싶다. 술 못 마시게 생긴 얼굴은 대체 어떻게 생기면 되는 건가?!


ㅡ처음엔 술이 약해도 소주잔을 목구멍으로 털어 넣으면 술을 잘 마시게 된다는 조언아닌 조언을 들었다. 초임교사 때 하도 강요해서 소주를 마셨더니 얼굴과 목에 모세혈관이 군데군데 터졌다. 다음날 그분께 내 얼굴을 보여드렸더니 어제 일이 전혀 기억 안 나는 척하신다. 제길...


ㅡ나는 술을 못 마실뿐더러 소주 특유의 향이 참기 힘들다. 그 점을 토로했더니 손으로 코를 막고 입안으로 털어넣으란다. 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차라리 몸에 좋은 한약이라면 그렇게라도 마시겠지만.


ㅡ또 어떤 분은 소주는 처음에 쓰지만 마시다 보면 달다고 피력하셨다.

마시고 또 마시다 보면 혀끝부터 단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날 나는 주변 분위기에 몰려 소주를 마셨다. 그리곤 결국 길거리에 주저앉아 '웩웩~'거리며 그날 먹은 모든 것들로 비둘기 모이를 줬다. 달기는커녕 며칠 동안 쓰디쓴 위산만 실컷 맛보았다.

ㅡ대학생 공감 몽글이 중에서ㅡ


왜 술을 잘 마셔야 사회생활을 잘하고 업무도 잘하는 사람처럼 대접받을까?


나는 복근 운동을 잘하는 편이다. 그리고 달리기가 빠르다. 특히 록키 영화 시리즈가 나의 운동 열망에 더 불을 붙였던 계기였던 것 같다. 록키는 추운 겨울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쉬지 않고 달린다. 수많은 계단을 뛰어 올라가 하늘을 향해 한 팔을 번쩍 든 록키의 모습은 완전 멋졌다.

이 사진만 봐도 마음이 웅장해진다!

어느 날 점심 식사시간에 운동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였다. 다들 나이가 드니 배가 나와 고민이라기에 나는 복근 운동과 코어운동을 추천했다. 그 자리에 계셨던 한분이 그러는 이자까야 선생은 복근운동을 얼마나 할 줄 아냐고 물으셨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매일 레그레이즈 (복근 운동의 한 종류) 100회 5세트를 한다고 했다. 사실 많이 할 때는 100회 10세트도 한다. 그런데 그때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복근이 있냐고? 있다. 여러분도 있다. 다만 지방에 덮여 있어서 보이질 안을 뿐.)


그 다음 회식 때부터 나는 놀림감이 되었다. 내 이름 앞에 '복근 500개'라는 호가 붙었다. (젠장 '3대 500'도 아니고)


ㅡ아니~ 이자까야 선생은 복근 운동 500개나 한다면서 술은 왜 못 마시나~~??? (비아냥~ 비아냥~)


ㅡ'복근 500개나 하는 이자까야 선생'은 쓸데없는 운동을 했네그려~. 술도 못 마시면서?


그 놀림은 회식자리마다 꽤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아니 복근 운동 잘하는 거 하고 술 못 마시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알코올을 분해 못 하는 나의 간'은 아무리 근육을 붙여도 술은 잘 분해하지 못한다.


지금 같으면 술 잘 마시는 사람과 운동을 잘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을까?


"술고래 vs 근수저"


나이 들수록 어느 쪽 타이틀이 명예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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