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이너와 원포인트메이크업

메이크업 지도하는 학생들

by 이자까야


ㅡ선생님, 눈이 짝짝이예요!


1교시 수업이 끝날 때쯤 1 분단 3번째 줄에서 반장 아이가 큰 소리로 말한다.


ㅡ(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게) 어~ 그래? 샘 눈 한쪽은 1교시 끝나고 나서 완성될 거야.


그날따라 유난히 정신이 없더니 한쪽 눈에만 아이라이너를 그리고 1교시 수업을 했던 것이다. 기말고사 진도까지 촉박한 시간에 목이 터져라 수업을 했다.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이 내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아이들이 수업을 집중해 줘서 마음 한 켠이 뿌듯하고 고마웠다.


착각이었다.

한쪽 눈에만 아이라이너를 그린 평소와는 다른 '애꾸눈 이자까야 선생의 얼굴'을 구경하고 있는 거였다.(그러면 그렇지 어째 수업 열심히 경청한다 했다. 녀석들...)


그날 창피하지 않았냐고? 남학교에서 그 정도에 이불킥이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랄까? 1교시가 끝나고 반장 녀석이 '내 한쪽 눈의 아이라이너 부존재'에 대해 언급했을 때 나는 2교시 때까지는 완벽한(?)얼굴로 거듭날 거라고 공약했다. 그리곤 아이들에게 다음시간에 보자며 쿨한 모습으로 교실에서 퇴장했다.


생존과 생업을 위해서라면 아이라이너 하나 없는 것쯤이야.


점심시간에 수업했던 1교시 반 아이 학생 한 명이 교무실에 들렸다가 내게 이런 조언을 해줬다.


ㅡ 선생님, 차라리 아이라이너보단 립스틱으로 원포인트 메이크업을 하시는 게 더 괜찮을 것 같아요.


ㅡ어. 그래? 참조할게. 너도 오늘 비비크림 이쁘게 발랐네~


남고생에게 메이크업 조언을 받는 여자선생님.

비비크림 바르고 예쁘게 립틴트를 바르는 남학생들.

세상은 참 빨리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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