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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ul 31. 2023

뽕이는 내게 와 살.았.다.(feat. 우울증)

누가 생명의 은인인가

이 작은 생명체의 들숨, 날숨이 내게 삶의 소중함을 가르친다,

 뽕이씨가 내게 온 첫날부터 파보장염에 걸린 채 죽어가고 있었다. 나쁜 분양샵 사장놈은 죽어가는 뽕이에게 아이가 워낙 순해서 자는 거라고 했다. 처음엔 나도 뽕이가 잠이 많은 줄 알았다.


 내게 온 첫날부터 뽕이씨의 생명의 불씨는 꺼져갔다. 파보장염 치사율 70%.  


그래도 뽕이는 살려고 내게 왔나 보다.


엎어져서 달싹거리는 얕은 숨을 쉬던 뽕이가 단순히 자는 게 아니라 죽어간다는 것을 곧 직감했다. 그날 새벽 뜬 눈으로 새고 담요에 450g밖에 안 되는 작디작은 생명체를 조심히 감싸 안아 근처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뽕이를 진찰하자마자 수의사 원장님은  파보장염이 이미 많이 진행되었고  내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제발 좀 꼭 살려주세요! 엉엉~~!!!"


처음 보는 수의사선생님께  울면서 매달렸다. 체면이고 뭐고 눈물, 콧물 범벅에 애걸복걸했다.


450그램으로 죽어가던 뽕이 씨는  입원과 집중치료를 통해 지금은 딱 열 배의 크기가 되었다. 작고 여리디 여린 뽕이 씨는  파보장염 때문에 병원신세를 지느라 사진으론 어렸을 때의 모습을  찍지 못했다.


 뽕이 씨의 시간은 너무 빠르다.

사람 나이로 이젠 40대가 된 뽕이 씨. 태어난 지 한 달 반도 안된 강아지가 내게로 와 작은 생명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줬다.


"저 작은 뽕이도 죽을 고비 넘기고  살아남았는데  나도 살아내야지!"


뽕이씨를 보며  정신과약을 챙겨 먹는다.  우울증에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다. 지나고 보니 내가 뽕이씨를 살린 게 아니라 뽕이씨가 나를 살게 한다.


4.5 킬로그램의 뽕이씨. 뚱뚱한거 아님. 털찐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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