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부끄럽고 야단맞을 일이지만 나는 2020년, 2021년, 그리고 2022년에 걸쳐 여러 차례 극단적 시도를 했다.
반은 작정하고 한 행동이었고, 반은 발작으로 인해 괴로워서 한 행동이었다.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해왔고 난 점점 더 비굴해져 갔다.
그리고 그 비굴함의 끝은 자아상실이었다.
난 쓰레기.
난 가치가 없는 존재.
어느 누구도 나 따위는 신경도 안쓸걸.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리고 그 자아상실의 끝은 삶을 마감하는 일이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
서양 속담에 고양이 목숨은 9개라던데 난 19개는 되는가 보다.
나는 죽을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5살 때 연탄가스를 심각하게 마시고(할머니 집에선 연탄 불을 때었다) 뒤늦게 발견되어 병원에 실려갔다.
뇌에 이상 없이 살아났다.
동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6살 때 푸세식 변소에서 볼 일을 보다가 똥통에 빠졌다.(혹시 이 장면을 떠올리다 웃지 마시길... 나는 심각했다)
똥물속에 목까지 빠져들 때쯤 할머니가 어디선가 토르처럼 날아와서 똥물속에서 사라져 가는 나를 건져내셨다.
나는 살았고 다행히 똥독도 오르지 않았다.
9살 때 졸음 운전 하던 택시가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나를 그대로 받아버려서 나는 하늘멀리 튕겨 날라갔다. 순간 내가 새가 된 줄 알았다.
피가 낭자했고 몇 군데 꿰매긴 했지만 나는살았다.
10살 때 자전거를 타다후진하고 있는 덤프트럭 뒷바퀴에 자전거와 내 오른쪽 발목이 으스러졌다. 나는 또 살았다.
고등학교 하굣길에 마을버스가 인도가 아니라 차 길 중간에 하차해 주었다. 그 바람에 나는 내리자마자 달려오는 프라이드 승용차에 부딪쳐 날아갔다. 그러나 나는 또 살았다.
아마 내가 입원한 기간만 다 합쳐도 몇 년은 되지 않을까 싶다.
"워메~ 쟈는 목숨이 엄청 질긴가 보네~"
툭하면 죽을 뻔하고 입원을 해야 했던 나를 동네분들 중 한 분이 그렇게 말했던 걸 기억한다. (칭찬인 건가, 욕인 건가... 어릴 때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죽기 직전의 느낌을 어느 정도는 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아..,. 이젠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을때 그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내 눈앞에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지난날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게 보였다. 신기했다. 내 삶을 영화로 보는 것 같았다.매번 죽음의 순간에서 나는 내 지난날의 삶을 영화처럼 보게 된다. 지난 시절의 기억들이 영사기를 틀듯이 '촤르륵~ ' 빠르게 지나간다.
사고를 당할 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냐고?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사고를 당하는 그 순간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가(그게 몇 시간일 때도 있고, 며칠 일 때도 있다.) 병원에서 의식을 차리기 시작할 때부터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 아이러니한 건 고통을 느끼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살아있구나"였다.
고통의 종류란 나름 골고루 느껴본 난데 이젠 편히 좀 사나 했다. 그런데심한 우울증과 중등도 공황장애란다. 아프고괴로운 것도 지겨울 정도다. 내가 처한 상황에 울기 시작해서 마지막엔 실실거리고 웃는다. (이게 진짜 광기인건가?)
감정이란 것도 결국 양극단에서 만나는 것 같다. 우리가 너무 웃긴 장면에서 배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 듯이,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우면 '꺼억꺼억' 대고 실성한듯한 웃음이 난다.
중요한 건 고통을 느낄 때마다 내가 지금 살아있구나를 느낀다는 것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깨어났을 때도 내가 살아있음을 알았다. 깨어난 후 신체적 통증이 엄청났으니까.
나는 매번 어떤 방식으로든 수명을 연장받았다. 사람 일은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특히 내가 처한 상황은 더욱 그렇다.(현재 나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함을 이해 바란다) 전 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나의 지난 삶이 또 파노라마처럼 눈앞에서 지나갈 때 이번에는 "후회 없이 잘 살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다.
그래서나는 열심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의 삶은 누구나 유한하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걸 안다. 알지만 단지 실감을 못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내가 떠나는 진짜 그 순간을 위해서 열심히 살고자 한다. 비참하고 초라한 죽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와서 잘 살다 간다"라는 마음으로 살다 떠나고 싶다.
해가 바뀌었고 입춘이 지났다.
사실 며칠 전까지 그걸 몰랐다.
나는 꽤 오랫동안 시간 개념을 잃고 살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게 병이 있든, 어떤 안 좋은 상황에 처해있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걸 최선을 다해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