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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Feb 09. 2023

글쓰기의 효과

요즘 내가 미친 듯이 글을 쓰는 이유.

한 친구가 나더러 글을 왜 그리 자주 쓰냐고 물어봤다. 그렇게 글을  힘들지 않냐고도 물어봤다. 


많은 책, 그리고 강연 등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글쓰기의 긍정적 효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 것이다. 단지 글쓰기가 힘들게 느껴지는 건 글쓰기에 투자해야 되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꽤 많은 공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글을 많이 쓰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다.


첫 번째로 나는 괴로워서 쓴다.

사람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생각한다. 내가 추우면 남도 춥고, 내가 더우면 남도 더운 줄 안다. 내가 아무리 괴롭다한들 남들은 그 마음을 모른다. 각자의 머리와 마음에 자신만의 고민과 생각으로 가득 차서 나의 괴로움을 신경 써줄 여유가 없다. 각자 살아가기도  바쁘다.


그래서 나는 괴로워서 쓴다.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말할 사람이 없다. 설령있다한들 내 말을 들어주는 그들의 무덤덤한 표정에 나는 다시 한번 상처받는다. 그래서 나는 나의 괴로움을 글로써 토해 낸다. 그리고 그 '글의 소리'를 누군가가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라도 들어주길 바란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두 번째로 나는  답답해서 쓴다.

소리라도 꽥꽥 지르고 싶을 때가 많다. 명치에 묵직한 것이 얹힌 듯 속이 답답하다.  까마귀도 까치도 제 울고 싶을 때 꽥꽥 울어대는데 도시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 인간인 나는 악을 쓰고 소리 질렀댔다간 경범죄로 잡혀갈지도 모른다. 문명의 규범과 규율에 얽매여 날아다니는 새보다도 새된 소리를 못 내서 나는 '글로 소리를 지른다.'

글로 질러 대는 소리는 고요하나 울림이 크다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답답함을 글로 소리 지른다.


세 번째 나는 우울해서 쓴다.

이놈의 우울증과 공황장애.  벌써 2년째다.

코로나에 걸렸어도 죽도록 아프고 나면  나았는데 망할 놈의 공황장애는 언제 나을지 끝도 없고 기약도 없다. 그렇다고 우울증에 숨어서 죽을 날만 기다릴 나는 아니다.

과거의 나는 아무리 외부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그 분함을 자가발전의 동력으로 썼던 강철멘탈이었다. 


그런데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모든 게 차원이 다르다.

인생 자체가 달라진다. 일단 내 의지와 무관하게 정신과 신체가 통제되지 않는다.  이게 미칠 노릇이다. 죽을 때도 남들 웃기면서 유쾌하게 죽고 나였는데 우울증에 걸리고 나서는 하루 종일 울거나, 발작을 하거나 비참한 자살을 생각하곤 한다. 이래서 병인가 보다. 몸이 지치면 기절하듯이 잠이라도 자는데 2년째 잠다운 잠도 못 자 봤다. 수면제를 먹어서 강제로 몸을 셧다운 시키는 상황도 이젠 지겹다.


수면제도 내성이 생겨 잠을 못 잘 때, 우울감이 몰러와 또 내 심신을 바닥으로 내려 때 나는 미친 듯이 글을 쓴다. 글을 쓰며 우울함을 몰아낸다. 나는 글로서 나의 우울감과 한 판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 글에서 누군가가 공감하고, 어느 구절에서는 한 번이라도 피식 미소 지을 수 있길 바란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남을 웃기는 걸 좋아했다.  타인이 나를 향해 웃음을 터트리면 나는 더욱 즐겁다. 내가 남을 즐겁게 만들 수 있어서, 그리고 그런 얼굴을 내가 거울처럼 볼 수 있으니까. 때론 내가 다소 망가지더라도 남을 웃기는 것이 좋았다. 우울증에 걸려도 글로서 남을 웃게 하고 싶다. 나는 우울증에 걸렸지만 남은 '웃음병'에 걸리게 하고 싶다. 그래서 우울함 속에서 부지런히 웃길 수 있는 소재를 찾는다. 나는 나의 힘듦을 타인이 공감해 주는 것보다 그저 나와 크게 한바탕 웃는 게 더 즐겁고 보람 있다. 물론 우울증 걸리기 전의 나는  더 웃긴 사람이었지만  그땐 글을 잘 안 썼으니 지금은 얼굴도 모를 누군가와 멀리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미친 듯이 글을 쓴다.




우울증이 심해 1년 정도 난독증이 와서 브런치에 글을 못 썼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글이라도 읽고 쓸 수 이 상황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의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쓸모이길 희망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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