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고교생활 #1

고3 담임도 고3 학생들처럼 힘들다.

by 이자까야

고3 담임을 처음 맡게 되었을 때가 기억난다. 고3 담임으로 배정 받고 바로 동네 독서실에 등록했다.

겨울 방학 내내

성경책보다 두꺼운 입시 관련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들이 내게 입시 바이블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내 상담과 조언 몇 마디, 그리고 나의 진로 방향성에 따라 우리 반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많이 되었다. 오죽하면 그때 부터 수능시험을 보는 악몽을 수시로 꾸게 되었을까.(이미 전역한 남성들이 군대를 재입대하는 그런 악몽같은 꿈 같다고나 할까...)


수능시험 꿈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난 분명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시험 문제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거다. 남들은 미친 듯이 문제를 풀고 있는 상황이고 나는 혼자 멍하게 앉아 망연자실하고 있는...뭐, 그런 끔찍한 상황.


"아싸~! 난 지금 교사다~!!!"


악몽에서 깨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든 느낌은 안도감이었다.

왜냐고? 난 더 이상 수 많은 시험들을 안봐도 되니까.

(그런데 성격이 곧 운명이라 했던가? 나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여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계속 자.발.적.인.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ㅠ)


교직 생활을 오랫 동안 했다하더라도 솔직히 고백하건데, 교사도 매번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대학 입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업 진도 나가기도 빡빡하고, 넘쳐나는 행정 업무들과 서류 작업들, 거기에 담임이 심심할까봐(?) 아이들은 수시로 사건, 사고를 일으켜준다. 그 덕에 담임은 소선도, 대선도 회의 등 여기 저기로 뛰어 다닌다. 하루에 교내에서만 만보 이상을 걷는다면 믿겠는가? 쉬는 시간 또는 점심시간엔 예상치 못한 학생들 또는 학부모님의 상담이 이루어져서 끼니를 거를 때도 많다.


이러니 여유롭게 대입 진학 공부 할 시간은 정말 녹록치않다...


그 결과 교사들의 입시지도 역량도 천양지차다. 이런 상황에서 애송이 고3 담임이 느낄 부담감은 오죽했겠는가.


학기 초 3월에 진학 상담을 하게 될 학부님들의 소망어린 눈빛도 난 두려웠다. 학부모님들은 분명 내가 고3 담임이니 당.연.히. 우리 아이의 험난한 입시 생활에 밝은 불빛을 비춰줄 든든한 등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매번 달라지는 입시제도,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 그에 따른 학교 정책 방향, 그리고 생활기록부 입력 변경 사항 등...거기에 학생들이 처한 상황도 천차만별이고 성적도 각양각색이다. 대학별 모집 요강 종류도 몇 백 가지인지 정확한 수는 나도 일일이 세어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드디어 고3 1학기 3월 시작.

나는 제일 먼저 새로운 우리 반 아이들의 고1, 2 생활기록부를 체크한다.


"오 마이 갓..."


이런 자유로운 영혼들의 성적표라니!

우리반 학생들의 생기부를 보니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경우가 많았다. 개 중 몇 명은 얼른 땜질을 하면 금이 가서 줄줄 새고 있는 물독에 물을 다시 채울 수도 있는 경우도 있고.

아쉽게도 이런 심각한 상황들을 아이들은 모른다. 그저 해맑고 발랄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진로희망란에 여전히 SKY만을 외쳐댄다.





전지적 담임교사의 관점에서 생기부 기록에 관한 서론이 구구절절 길었다. 교사인 나도 '정보의 바다가 아닌, 정보의 폭풍' 속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계속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학교 안에서 매일 벌어지는 나의 진학 경험이 전국의 모든 고1, 2, 3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입시라는 험난한 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마중물'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아니, 마중물은 못 되더라도 약간의 갈금증만 해결되어도 나의 노력이 헛되진 않을 것 같다.


틈나는대로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영역에서 진학 로드맵을 함께 돞아보며 수 많은 '입시 패밀리들'이 진로와 진학이라는 여정에 순항하길 바란다. "돌 다리도 두들기고 가라"했다. 하물며 처음 가는 길은 먼저 지도부터 펼쳐본 후 가늠해보고 가는 것이 방황하지 않고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저의 건강과 여건이 다소 좋지 못한 상황이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허락되는대로 고교 생활기록부및 진학 로드맵에 대해 단계별로 연재해 보려합니다.


그 어느것에도 백퍼센트의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정보 하나가, 또는 어떤 조언 하나가 누군가에게 작은 나비효과가 되길 희망합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어느 책 제목처럼 우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하진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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