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이 팀을 바꾸는 순간
프리미어12를 기다리며
매번 느끼지만 컴투스프로야구는 문구를 참 잘 뽑는다. 국가대표 선전을 기원한다는 광고 헤드를 이렇게 잡았다.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 'baseball_com2us'
무적LG 말고, 최강롯데도 최강한화도 아니고 다같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대통합의 시즌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대만에 가고 싶지만 출근은 해야 하니, 아쉬운 대로 며칠 전 고척돔에서 열린 평가전을 보고 왔다.
합법적(?)으로 부르는 엘도라도
평가전은 경기 자체에 몰입이 잘 되진 않았다. 우리 대표팀이 경기 내내 리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초반부터 시합이라기 보단 올스타전처럼 축제 같았다. 그도 그럴게 10개 구단의 스타들이 다 나왔으니 팬들은 모든 순간에 열광했다. 대표팀 라인업이 소개될 때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이 나왔다.
국대 리드오프!
시즌 중엔 마음껏 응원할 수 없는, 오히려 너무 잘해서 얄밉고 열받는 다른 팀 선수들을 합법적으로(안 맞는 표현이지만 이보다 잘 맞을 수 없다) 응원하는 기분이 재밌다. LG와 경기할 때마다 그렇게 무섭던 KIA 김도영 선수가 우리 팀이라니. KT 고영표 선수도 좋아하는지라 공 던지는 걸 직관할 수 있어 좋았다.
1호선 구일역에서부터 형형색색의 서로 다른 팀, 마킹이 새겨진 유니폼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거의 앉아있질 않았다. 쉴 새 없이 선수 응원가, 팀 응원가를 부르고 신기하게도 다들 가사와 안무를 외우고 있었다. 하도 들었더니 나도 이제 웬만한 건 다 알게 됐다. 엘도라도 때 사람들 목소리가 제일 컸다. 역시 다들 부르고 싶었던 거였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내 옆자리엔 초등학교 3학년생 정도로 보이는 SSG 팬이 앉았는데, 이 꼬마가 LG 응원가가 나올 때 유독 더 크게 부르는 것 같았다. 혼자 노란 수건 흔드는 옆자리 이모(=나) 영향이 있었나. 귀여웠다.
11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프리미어12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라는 국제기구에서 개최한다. 각 지역별로 예선을 거쳐 본선을 진행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달리, 야구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한다. 우리나라는 6위로 포함됐다. 1위는 일본, 미국은 5위다. 이번에 평가전 상대국이었던 쿠바는 9위에 올라있다.
2015년 창설해 4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한국은 2015년 우승해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일본 오타니가 선발로 나왔던 그 경기. 이대호 선수가 결승타를 친 그 경기다.
국가대표팀의 극적인 승리는 시간이 아무리 오래 흘러도 사람들의 단골 얘깃거리다. 대표적인 게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2008만 쳐도 가장 먼저 연관검색어로 야구가 뜬다. 그 당시 한국 대표팀의 극적인 금메달을 계기로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사람이 꽤 많다.
아무튼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전력이 최상은 아니라는 평이 많다. 기초군사훈련이나 부상 등으로 KT 강백호, 키움 김혜성, 삼성 구자욱 선수 등이 빠졌다. 선발 투수 자원은 4명이다. 안 다치고 기왕이면 오래 경기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일본, 대만 등 5개 나라와 조별리그 B조에 편성됐는데, 상위 2위 안에 들어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도쿄돔 보고 싶다.
첫 경기 대만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날 회사 동료들과 근처 치킨집에서 같이 보기로 했다. 이미 단골이 되어버린 가게다. 양념치킨과 촉촉오징어가 맥주를 끝없이 마시게 한다. 아직 올해 야구가 끝나지 않았다. 설렌다.
언젠가 외국에서 열리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꼭 직관해야지. 버킷리스트만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