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느끼지만 컴투스프로야구는 문구를 참 잘 뽑는다. 국가대표 선전을 기원한다는 광고 헤드를 이렇게 잡았다.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 'baseball_com2us'
너무 잘해서 얄밉던 다른 팀 선수들이 내 팀이 되고, 10개 구단 팬들이 하나가 돼 한 팀을 응원하는 국가대표의 시간이 왔다.무적LG 말고,최강롯데도최강한화도 아니고 다같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대통합의 시즌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대만에 가고 싶지만 출근은 해야 하니, 아쉬운 대로 며칠 전 고척돔에서 열린 평가전을 보고 왔다.
합법적(?)으로 부르는 엘도라도
평가전은 경기 자체에 몰입이 잘 되진 않았다. 우리 대표팀이 경기 내내 리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초반부터 시합이라기 보단 올스타전처럼 축제 같았다. 그도 그럴게 10개 구단의 스타들이 다 나왔으니 팬들은 모든 순간에 열광했다. 대표팀 라인업이 소개될 때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이 나왔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다. '국대 리드오프' 홍창기 선수 등장 때 혼자서 2인, 3인 몫의 소리를 질렀다.
국대 리드오프!
시즌 중엔 마음껏 응원할 수 없는, 오히려 너무 잘해서 얄밉고 열받는 다른 팀 선수들을 합법적으로(안 맞는 표현이지만 이보다 잘 맞을 수 없다) 응원하는 기분도 짜릿했다.
LG와 경기할 때마다 그렇게 무섭던(잊을 수 없다. 8월의 만루홈런.) KIA 김도영 선수가 우리 팀이라니. 타 팀이지만 기록 달성을 응원하게 되는 그 '슈스'가 라인업에 있으니 신이 났다. KT 고영표 선수도 좋아하는지라 공 던지는 걸 직관할 수 있어 좋았다.
10개 팀 팬들이 모이니 시각적으로도 재밌었다. 1호선 구일역에서부터 형형색색의 서로 다른 팀, 마킹이 새겨진 유니폼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1회부터 거의 앉아있질 않았다. 쉴 새 없이 선수 응원가, 팀 응원가를 부르고 신기하게도 다들 가사와 안무를 외우고 있었다. 하도 들었더니 나도 이제 웬만한 건 다 알게 됐다. 아, '엘도라도' 때 사람들 목소리가 제일 컸다. 역시 다들 부르고 싶었던 거였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내 옆자리엔 초등학교 3학년생 정도로 보이는 SSG 팬이 앉았는데, 이 꼬마가 LG 응원가가 나올 때 유독 더 크게 부르는 것 같았다. 혼자 노란 수건 흔드는 옆자리 이모(=나) 영향이 있었나. 귀여웠다.
여전히 신기하다. 나는 어떻게 30년을 야구 없이 살았지.
11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프리미어12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라는 국제기구에서 개최한다. 각 지역별로 예선을 거쳐 본선을 진행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달리, 야구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한다. 우리나라는 6위로 포함됐다. 1위는 일본, 미국은 5위다. 이번에 평가전 상대국이었던 쿠바는 9위에 올라있다.
2015년 창설해 4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한국은 2015년 우승해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2015년의 나는 모르고 지나갔던 극적인 준결승전을 뒤늦게 유튜브로 봤다. 일본 오타니가 선발로 나왔던 그 경기. 이대호 선수가 결승타를 친 그 경기다.
국가대표팀의 극적인 승리는 시간이 아무리 오래 흘러도 사람들의 단골 얘깃거리다. 대표적인 게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2008만 쳐도 가장 먼저 연관검색어로 야구가 뜬다. 야구 유튜브를 보다보면, 그 당시 한국 대표팀의 극적인 금메달을 계기로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사람이 꽤 많다. 2008년의 어린 나는 이런 빅이벤트를 알지도 못한 채 살았다. 뭐하고 지냈니. 공부만 한 것도 아니었잖아.
아무튼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전력이 최상은 아니라는 평이 많다. 기초군사훈련이나 부상 등으로 KT 강백호, 키움 김혜성, 삼성 구자욱 선수 등이 빠졌다. 선발 투수 자원은 4명이다. 안 다치고 기왕이면 오래 경기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일본, 대만 등 5개 나라와 조별리그 B조에 편성됐는데, 상위 2위 안에 들어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도쿄돔 보고 싶다.
첫 경기 대만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날 회사 동료들과 근처 치킨집에서 같이 보기로 했다. 이미 단골이 되어버린 가게다. 양념치킨과 촉촉오징어가 맥주를 끝없이 마시게 한다. 아직 올해 야구가 끝나지 않았다.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