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샛별 Oct 30. 2015

모과 예찬





통인 시장에 갔더니 모과 2개에 오천 원이다. 요즘 자꾸만 모과에 눈이 간다.

내가 자주 가는 길에 모과나무 두 그루가 있다. 요즘은 모과 나무를 보는 재미로 산다.

모과 하나만 떨어졌으면 하면서 매일 그 골목의 커어브를 돈다.

어느 날 밤에는 나무에 샛노란 열매가 매달린 걸 보고 레몬이 자라는 줄 알았다.

가을에 자라는 샛노란 열매를 보기만 해도 그냥 기분이 좋은 것이다.

오늘 아침에 그 길을 분주하게 걸으며 또 모과 하나만 떨어졌으면 했다.

담벼락 아래 금이 간 모과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모과를 손에 쥐고 있으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좋은 향이 났다. 금가고 울퉁불퉁한 게 못생겨서 좋았다.

작업실 책상에 노란 모과를 세워뒀다.





요즘 모과 예찬을 하다 보니, 친구가 모과차를 주겠다고 했다. 

친구가 가방에서 모과차가 든 무거운 유리병을 꺼냈다. 꼭 푸우가 먹는 꿀병 같았다.

친구의 가방에 모과차가 덩그러니 있었을 생각을 하니 좋았다. 고마웠다.

친구가 준 모과차를 마신다. 따뜻하고 향이 좋다. 꼭 이 모과차를 다 마시면 봄이 올 것 같다.


거두절미하고 모과가 예쁜 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림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