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매일 수백 명씩 확진자가 늘고 있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입장에서 수십여 명씩 증가하는 한국이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는 않지만, 클럽 방문자들 중심으로 2차, 3차 감염을 통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신문사에서 '게이클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원래 기독교 인구가 많고 보수적인 한국의 정서상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혐오에 불을 지피는 언론이나 이를 이용하는 일부 교회의 행태는 도가 지나치다.
혐오와 공포 마케팅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마케팅 전략이다. 인간은 긍정적인 자극보다는 부정적인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왔다. 이는 부정적인 자극을 기억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맛있는 열매를 발견한 경우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도 당장의 생존에 영향이 없지만, 독이 들어있는 열매를 기억하지 못하면 죽음으로 어어질 수 있다. 부정적인 자극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고 회피하는 건 생존에 효과적이다. 이는 negative bias(부정 편향)로 불린다.
이러한 진화적 특성은 현대에 이르러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원인이 되거나, 언론이나 정치, 심지어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이슈의 지속성이 짧은 시대는 시선을 끌지 못하면 즉시 새로운 이슈에 묻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혐오와 공포 마케팅에 집착한다.
혐오 마케팅의 ABC는 대상을 특정 집단으로 범주화하고 이에 대한 혐오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제는 국가, 인종, 외모, 지역, 젠더, 성적 취향, 정치성향, 심지어는 직업, 나이까지 구분이 가능한 거의 모든 특징, 또는 집단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존재한다. 또한 이러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증오는 논쟁적이어서 정치적으로도 이용하기 좋은 소재다. 특히 젠더, 국가 등은 정치인들의 Hot-button issue로 손색이 없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혐오 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는 이슈의 맥락과 본질을 잊게 한다는 점이다. 메시지를 지우기 위해 메신저를 공격하고, 메신저를 공격하기 위해 범주화 가능한 집단 또는 성향을 끄집어내어 혐오 마케팅을 한다. 아니면 본질과 관련 없는 특정 집단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민자를 공격하는 트럼프나 혐한을 이용하는 아베, 난민 문제를 이용하는 유럽, 젠더이슈를 공략하는 정치인 등 이런 패턴은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맥락과 본질을 환기시키고 메시지를 분석해야 할 언론은 클릭수를 올려 장사질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맥락을 읽는 부지런함이다. 분노,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기사들과 저급한 정보들로 홍수를 이루는 인터넷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진영과 혐오를 걷어내야만 보이는 실체를 보려 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은, 그리고 세상은 더욱 오염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