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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군 Apr 05. 2023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2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문명은 시멘트, 강철,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무용 건물, 아파트와 주택, 쇼핑센터, 병원 등 각종 건물, 도로, 교량, 철도 등 인프라, 자동차, 선박, 비행기, 내구제, 생활용품, 모든 종류의 기계 등 모두 콘크리트와 강철, 플라스틱 등을 재료로 쌓아 올리거나 조립한 구조물이다. 물론 유리, 알루미늄, 종이 등 다른 재료들도 널리 쓰이지만 중요성과,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시멘트, 강철, 플라스틱과는 비교불가다. 


시멘트는 1년에 대략 40억 톤, 강철은 약 20억 톤이 생산된다. 플라스틱의 연 생산량은 약 4.6억 톤이다. 이 세 가지 물질의 생산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재활용도는 매우 낮다. 시멘트와 강철의 경우 거의 100%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이지만 국가별 재활용도는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경우 강철 재활용률이 거의 70% 수준이지만 강철 생산량이 가장 많은 중국은 재활용률이 12% 이하다. 플라스틱의 경우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재활용률이 높을 것 같지만 전 세계 평균은 9%에 불과하다. 


세 가지 물질 중 가장 기술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물질은 시멘트다. 시멘트는 석회석과 점토, 혈암 등을 넣고 섭씨 1,450도 이상으로 가열하여 생산한다. 이렇게 가열하면 산화칼슘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이 화학반응을 우회할 방법은 없다. 시멘트 1톤을 생산하면 대략 이산화탄소 1톤이 나온다. 물론 과학자들은 제조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시멘트에 주입하는 기술을 포함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상업성이 입증된 기술은 전무하다. 당분간은 시멘트 생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요원하다. 아니 오히려 시멘트 생산량은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어 온실가스 배출도 증가할 것이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개발도상국은 새로운 구조물과 흙바닥을 덮을 시멘트가 필요하고, 인구증가율이 낮은 선진국들은 낙후하는 기반시설을 교체하거나 보강해야 한다. 


강철은 철을 주원료로 한 다양한 합금을 말한다. 그중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철은 용광로에서 만들어지며 대략 95~97%의 철과 1.8~4%의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강철은 섭씨 1,7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철광석과 코크스를 녹여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대략 강철 1톤에 이산화탄소는 1.8톤이 배출된다. 전 세계 강철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매년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고 경제성장 지속을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건축하고, 제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철 역시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상업성 있는 기술은 현재로서는 없다.  


시멘트와 강철에 비하면 플라스틱은 온실가스 배출량 측면에서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톤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톤 수준으로 단위당 배출량은 시멘트와 강철 사이에 있지만 전체 생산량이 시멘트의 거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관점으로만 본다면 플라스틱은 장점이 있다. 잘 썩지 않는 특성 때문에 플라스틱에 남아 있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다시 배출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비록 그러한 특징 때문에 바다와 대지에 썩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넘쳐나지만 적어도 탄소배출 관점에서는 나쁜 것만은 아닌 셈이다. 


종합하면 현대 문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멘트, 강철, 플라스틱 세 가지 물질의 생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약 30% 수준에 달하며,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증가할 예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이 세 가지 물질을 생산할 방법은 없다. 다만, 제조과정에 필요한 열과 에너지, 전기를 온실가스 배출 없이 생산, 공급한다면, 그리고 제조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보관할 수 있다면 상당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특히 이산화탄소 포집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저장 공간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매년 80억 톤에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공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래도 에너지 분야는 제조 분야에 비하면 희망이 있는 편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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