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by 남청도

다음 달이 할머니 제사다.

할머니는 내가 세살 때 6.25사변중에 피난 가셨다가 집에 불이 붙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재도구라도 하나 건지시려고 좇아 가시다가 미군이 쏜 흉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재작년에 고향 산소에 가서 천도제를 올리기로 했다. 넋이라도 편안하게 가시라고.


제삿상에 빠지지 않는 제물이 생선으로는 문어다.

마른 백문어는 다리 하나를 떼어 가위로 국화송이나 매화 송이 모양으로 오렸다.

어릴 때부터 문어 오리는 작업은 내 차지였다.

탕에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말린 피뎅이를 쓴다. 예전에는 냉장고가 없었으므로 생선을 오래 보관하려면

말리거나 염장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 제삿상에 오르는 생선으로 조기다. 뱃살이 노란 참조기는 맛이 있다.

요즘 조기가 귀해서 금값이 됐다. 남흭한 탓이기도 하고 흑산도부근으로 산란하러 오는 조기떼를 중국어선들이 먼 바다에서 미리 잡아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전에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귀한 음식을 귀신이 되어서나마 맛을 보시라는 자손들의 간절한 효성이기도 하다.


문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고기중에서 글월문자가 들어간다는 이유도 한가지가 된다.

신분제도가 있었던 옛날에는 양반과 상놈 그리고 사농공상에다 인도 카스트처럼 불가촉천민은 아니었지만

'천방지추 마골피' 성을 가진 자들도 있었다. 주로 가축을 잡고 다루는 백정 직업을 가졌었다.

특정지역을 나타내는 자동차 번호판도 바꾸고, 주민번호도 바꾼다는 데 족보는 왜 바꾸지 않는지 모르겠다.

미리 돈주고 남의 족보를 사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물고기중에는 문어가 지능이 제법 높다고 한다.

고래도 소리로 서로 소통을 하고 합동작전으로 먹이 사냥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래 다음으로 문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십년전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축구황제 펠레보다 독일 수족관에 있는 문어가 우승국가를 정확하게 예측한 일도 있다. 그래서 '펠레의 저주'라는 유행어가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문어가 제삿상에 오르는 또 한가지의 이유는 자식사랑이 그럴 수 없이 지극하다는 것이다.

범도 제 새끼는 귀여워 한다는 말과 같이 새끼를 사랑하는 것은 모성애의 본능이 아닌가?

그런데도 요즘 간혹 제 새끼조차도 거두지 않는 인간들도 있으니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말종들이리라. 문어는 새끼가 부화해서 자랄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자진하므로 새끼는 어미를 뜯어먹고 큰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 이 보다 더 큰 희생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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