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by 남청도

나는 어릴 때부터 고기 잡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어부가 될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학교 갔다 오면서 검정 고무신을 벗어 양손에 들고 바짓가랑이 걷어 올려 냇물로 들어가서

물밑 돌팎새에 숨어 있는 새우며 미꾸라지를 잡았다. 손으로 주물러 잡고도 하고 가뭄 때 저수지 바닥을 기어서 배 밑으로 들어오는 놈을 배에 힘을 주어 저수지 바닥으로 눌러서 손으로 꺼내기도 하였다.

때로는 대소쿠리를 앞에 대고 수초 덤불을 한 발로 찰박찰박 밟아서 놀라서 도망가는 놈들을 건져 올리기도 하였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처마 밑 낙수물 떨어지는 곳을 호미로 파서

땅속에 숨어 있는 거실이 몇 마리를 잡아 비료포대 종이에 싸서

낚싯대를 들고 동네 앞 웅덩이로 달려간다.

못을 숫돌에 갈아 낚시를 만들어서 고래심줄이 없어 비료포대 박은 실에 묶어 새끼 지렁이를 두어 동가리 내어 미끼를 낀 다음 물속으로 풍덩 집어넣는다. 잠시 후 수수깡으로 만든 부이(부표)가 물속으로 쑤욱 끌어 내려가면 잽싸게 낚싯대를 낚아챈다. 낚시에 미늘이 없어 수면 위로 낚시를 물고 올라오던 송애(붕어)며 미꾸라지가 도로 웅덩이 속으로 떨어져 버린다.


요즘은 백수신세에다 코로나 사태로 집콕이 일상화되다 보니 인터넷 뉴스를 자주 기웃거린다.

이 구석 저 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제법 쓸만한 읽을거리가 걸리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어느 라디오 작가가 소개한 시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소개한 시 한 편을 건졌다.

어제 마누라가 볕살이 좋다고 얼마 전에 자고 간 꼬맹이 외손녀와 외손자가 깔고 잔 이불 홑청을 따서 말렸다.


‘햇빛 좋은 날이면 어머니는

잘 마른 이불 홑청을 활짝 펼쳐놓고

대바늘로 가장자리를 꿰맸다


그 위를 우리 남매는 구슬처럼 깔깔 굴러다녔다

그날의 햇빛 냄새와 홑청 냄새를

꼭 만들어 보리라

향수 만드는 조향사가 됐는데


만들 날

머지않았다

돌아가신 어머니,

꿈에 자주 나타나

잘 마른 이불 홑청 펼쳐놓고

그날의 그 굵은 실과 바느질

자주 보여주시니’


‘이십칠 년 차 조향사의 꿈’


강태공은 아닐지라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제법 쓸만한 잔챙이들이 걸리기도 한다.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철이면 풋고추 썰어 넣고 민물고기 푹 고아서 매운탕으로 끓여내면

맵삭 한 국물 한 숟갈이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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