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남성에 비해 약하지만 흔히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생활력이 불충분하고 발육이 미약한 유아에 대해서 어머니가 가지는 본능적 애정을 말하며 특히 보호, 염려, 돌봄, 접근, 접척, 생리적, 심리적 욕구를 만족하는 행동 등에 의해서 표현된다. 이와 유사한 행동으로 동물의 암컷에도 나타난다. 얼마 전 캐나다 밴쿠버 연안에서 죽은 범고래 새끼의 사체를 어미가 약 2주간이나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지 못하도록 주둥이로 떠받치며 끌고 다니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하였으며 아프리카에서도 코끼리가 죽은 새끼의 사체를 두고 어미가 한 동안 그곳 주위를 맴돌며 쉽게 떠나지 못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하였다. '자식이 죽으면 어미의 가슴에 묻는다'는 말은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모양이다.
모성애는 종족 보존의 생물학적 의미와 함께 사회적 조건이나 의지적 작용도 포함되어 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족이란 유대관계 속에서도 모성애는 부성애보다도 훨씬 강하다. 이는 동물세계뿐만 아니라 식물 세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달 19일이 아버지 제삿날이었으니 벌써 한 열흘이 넘게 지났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집안 청소를 하다가 화분에 곱게 피어있던 꽃대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꽃대에는 네댓 송이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지나다는 걸음에 부딪쳐 부러지고 만 것이다. 꽃이 사랑스러워 꽃대만 잘라서 작은 드링크 병을 구해 그 속에 물을 채우고 거기에 꽃이 달린 꽃대를 꽂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꽃이 있으니 식탁 분위기가 한결 돋보였고 밥맛도 한층 더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온 느낌이었다.
'화무십일홍'이란 말과 같이 꽃은 길어도 4~5일이면 화분에 그대로 있어도 지고 만다.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히는 법이다. 해가 뜨고 지듯이 꽃이 피고 진다고 해서 열매가 저절로 맺히는 것은 아니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관 속에 길이가 긴 암술이 하나 나와 있고 그 보다 길이가 짧은 수술이 7~8개가 나와 있다. 서로 지척에 있으면서도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를 날라다 주지 않으면 수분이 안된다. 이곳 고층 아파트까지 벌이나 나비가 날아 올 수도 없거니와 또 온다 해도 방충망이 처져 있어 들어 올 수도 없다. 여름철에는 가끔 매미가 날아와 방 안을 들여다 보기는 하지만 아직 벌. 나비는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작은 솜방망이로 인공수분을 해 준 상태였다.
꽃이 지고 난 뒤 작은 씨방이 조금씩 커지더니 그중 두 개는 제법 커졌고 나머지 두 개는 커지다가 그만 주 질러 앉아 버렸다. 아마도 두 개는 암술 수술의 꽃가루 수분이 제대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꽃대가 부러지지 않았더라면 결실까지 이루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 보면 세상이 무질서한 것 같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질서가 존재한다. 즉 하느님의 섭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