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에 너라는 영화는 없어

by pahadi


알면서 못하는 것들이 있다. 정확히는 안 하는 것들.


며칠 스트레칭을 빼먹었더니 일자목 통증이 시작됐다. 후다닥 급한 불을 끄듯 요리조리 움직여 보지만 단단히 뭉쳤나 보다. 당분간은 좀 고생할 것 같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성이 났다. 예민하고 까칠한 이 녀석은 책도 읽고 마인드 컨트롤도 해 가며 잘 다독여야 하는데 너무 소홀했다. 어느새 젖은 빨래 더미 같은 섬 하나가 자리 잡았다.


날이 좀 풀렸으니 묵은 빨래들 좀 치워볼까. 오랜만에 책을 읽으려 책장을 서성인다. 이런 날은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사치이니 부지런히 사 쟁여둔 책들이 꽤 도움이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장에 읽지 않은 책들이 가득하다.


이미화 작가님의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와 같아서>

제목이 멋져서 골라 펴보니 좋아하는 한수희 작가님이 쓰신 추천사가 눈에 띄었다. 동화같이 포근한 삽화까지. 우연의 화살표를 따라 첫 번째는 이 책이다.


지난 몇 년간 굵직한 일들을 겪으며 나도 꽤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별 거 아닌 일에 이렇게 무너지는 걸 보면. 일상을 무너뜨리는 작은 시작은 '왜 나한테만'이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길까.


이미화 작가는 소소한 일상에 따뜻한 영화를 곁들여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나도 힘들었어. 천천히 가자. 별 거 아닌 그런 이야기가 좋다. 힘내라고 대놓고 하는 위로가 아니라 담담하게 읊조리는 그런 이야기.


두 번째 책은 리처드 칼슨의 <100년 뒤 우리는 이 세상에 없어요>. 이 책에서 리처드 칼슨은 거듭 강조한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라고. 결국 모든 일은 사소한 일이라고.


마음속 짐들을 애써 털어낸다. 사소한 일이야. 지나고 나면 진짜 별거 아니야. 영원히 살 것처럼 걱정하지 좀 마. 100년 후 너라는 영화는 없어. 지금 즐겨야 해.


일상에 스멀스멀 감기 기운 돌 때는 역시 책만 한 게 없다. 글로 내 인생에 흔적을 남겨주신 모든 훌륭한 작가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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