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25살. 사람으로 치면 한창나이지만 그간 모진 세월을 견딘 너는 생채기가 가득하다.
언젠가는 하얬을 벽지는 노랗게 동동 떠서 지친 안색을 감출 수가 없다. 스위치 옆 손때 묻은 벽지가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그 시간 속에 못 자국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 못 자국을 가리려 이것저것 걸어봤지만 시간의 힘을 어찌 이기겠나.
25년 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창틀에는 왜?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모를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그 구멍을 타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베란다에 바깥바람이 스민다. 여름에는 모기의 출입문이 되어주고 겨울에는 혹한 냉기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미운 구멍들. 그 구멍들 위로 접착용 테이프 자국만 나날이 선명해진다.
욕실은 그야말로 레트로의 끝판왕. 낡은 플라스틱 욕조, 너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이 있었겠지? 한 때는 문과 함께였을 선반은 언제부터 혼자가 되었을까. 그 모든 사연 속에서 욕실에서의 삶은 무던히 흐르고 모든 것은 씻겨 내려갔다.
이 낡은 집, 낡디 낡은 집, 초라하고 지저분한 이 집에 젊음은 없지만 포근함이 가득하다. 새것은 없지만 사연이 가득하다. 그래서 나는 미련이 가득하다. 막상 헤어지려니 왜 이리 아쉬운지.
이별 앞에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왜 이런 인간인 걸까. 지지부진하고 좀처럼 맺고 끊음을 모르는 인간. 뒤를 돌아보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간. 다가올 것보다 지나간 것에 목메는 인간.
이제 막 끝난 노래가 아쉬워 다시 듣고 또다시 듣다가 한곡 무한 재생을 눌러버리는 그런 질척이는 인간.
이렇게 아쉬움도 노래도 멈추지 못한 채 너와의 마지막 밤이 간다. 고마웠어. 언젠가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