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삶

by pahadi


한때는 부모님의 삶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노후 준비는 되지 않았고 몸 이곳저곳도 아프기 시작했다. 딱히 자식들이 효자효녀도 아니고 자식 덕 볼일도 별로 없어 보인다. 젊은 시절에는 부모 자식 먹여 살리느라 고생만 하다가 한숨 돌리니 정작 자신의 노년이 문제다. 먹어야 하는 약은 늘어가고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만 간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젊은 부모님은 아마 30대 중반쯤일 것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건강한 몸과 빚 그리고 먹여 살려야 할 토끼 같은 자식들. 아무리 젊었다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풍우 속에서 기댈 곳 없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때 부모님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삶을 상상해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남은 돈은 아끼고 아껴 자식들 입에 밥 한술이라도 더 넣어주고, 운 좋은 날은 빚도 조금 갚을 수 있던 나날들. 이만큼이라도 일궈내기 위해 부모님을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그리고 눈물을 흘렸을까. 그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가 이렇게 쑥쑥 자라 건강한 어른이 되었겠지.


내가 지금 진짜 원하는 성공한 삶은 부모님이 살아오신 삶이다. 자식들 굶기지 않고 건강하게 키워냈으며 모두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남편과 아내가 애틋하고 든든하게 곁을 지키주서로 믿음과 신뢰가 있다. 몸 여기저기에서 고된 인생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아직 큰 병은 없고 튼튼한 두 다리로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 가족들이 편히 쉴 집 한 칸도 있고 아끼고 아끼면 어떻게든 살아질 것이다.


때론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뜬금없이 우릴 덮쳐오는 시련들을 이겨내며 한 인간으로서 60여 년, 부모로서 30여 년 살아낸 그들의 삶이 정말 부럽다. 너무 대단해서 정말 부럽다. 나도 꼭 그만큼만 건강한 가족들과 오래오래 함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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