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앞 단골 빵집이 문을 닫았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불쌍한 영혼을 위한 따뜻한 커피도 신기루가 되었다. 커피 없는 아침을 한번 보내고 나니 이건 정말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커피를 마셔야 한다.
아침에 따뜻한 카페라테를 살 방법을 궁리한다. 집 근처에 일찍 여는 카페가 없다. 회사 근처에 도착하면 7시가 조금 넘는다. 회사 근처에도 그때 여는 카페가 없다. 그렇다면 출근길에 일찍 커피를 살 수 있는 곳이 있는가. 차를 가지고 가도 주차가 문제다.(초보 초보 왕초보) 드라이브 쓰루가 가능한 곳을 찾아본다. 적당한 거리에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널드 DT점이 후보에 올랐다. 조금(아니 조금 많이) 돌아가기는 하지만, 처음 가보는 길이라 두렵기는 하지만 따뜻한 카페라테를 향한 열정이 모든 번거로움과 두려움을 이겼다.(때로는 커피가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더 일찍 길을 나선다. 새벽과 아침 모호한 시간 이렇게까지 커피를 마셔야 하는가 살짝 현타가 오지만 저 구석에 작은 설렘이 고개를 든다. 서툰 운전 솜씨에 조심조심. 가깝고도 낯선 길을 따라 핸들을 돌린다. 예상보다 빠르고 쉽게 도착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아쉽지 않게 핫케이크도 시켜야지. 음식 받는 곳과 너무 멀리 차를 대 민망한 상황도 있었지만 사람의 팔이란 때론 꽤 길어질 수도 있는 법이라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오오 성공이다. 드디어 내 손에 따뜻한 카페라테가 들렸다. 오늘은 좀 정신 차리고 살 수 있겠다는 안도감과 낯선 곳에 혼자 운전해왔다는 성취감이 솟구친다. 자, 다음 미션은 이곳에서 회사까지 가기!
내비게이션을 보며 슬슬 차를 움직인다. 우회전을 했는데 바로 유턴이라니. 차선은 3개나 넘어야 한다. 이건 미션 임파서블이다. 결국 유턴 대신 직진을 선택했다. 때로는 포기가 더 현명한 선택이 된다. 친절한 내비게이션이 새로운 길을 알려주겠지. 문명의 이기는 이럴 때 빛을 발한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내비게이션이 영 이상하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너도 여기가 낯설어서 그러니. 잠시 도로 옆에 차를 대고 내비게이션 앱을 껐다 켠다. 다행이다. 이제야 잠이 깬 모양이다. 이렇게 문명의 이기는 가끔 인간의 위기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다행히 내비게이션이 새 길을 가르쳐준다. 이렇게 또 한고비 넘기고 다시 부릉부릉.
"도로가 좁아짐"이라는 불길한 글씨가 보인다. 어째 좀 이상한 길이다. 길이란 끝없이 이어져야 길이 아닌가. 본의 아니게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외길 끝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유능한 내비게이션님도 아직 모르시는 공사현장이었다. 후진을 해서 나간다는 것은 미친 짓이겠지? 차를 돌려야 한다. 할 수 있을까? 아니해야만 한다. 회사에 출근은 해야 하니까. 몇 번의 전진과 후진, 그 사이에 애타는 마음과 미끄러지는 손짓 끝에 차의 방향이 바뀌었다.
휴- 천천히 가자. 괜찮아. 괜찮아. 애써 태연한 척, 프로페셔널한 척 핸들을 돌린다. 자자. 이제 다시 새로운 길을 알려주라고. 제정신을 차린 내비게이션이 파란색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인생길도 이렇게 척척 알려주면 좋겠다. 막다른 길에서도 새로운 길을 알려주고, 길을 잘못 들어서도 언제나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우회전, 우회전, 우회전 끝에 드디어 직진이다. 인생에서도 도로에서도 역시 직진이 편하다. 직진을 하다 보니 익숙한 길이 나온다. 드디어 내가 아는 그 길이다. 휴- 드디어 한시름 놓았다.
이제 음악 좀 들어볼까. 신나는 음악에 박자를 맞춘다. 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커피와 든든한 아침식사를 남기고 짧은 모험이 끝났다. 낯선 길도, 애타는 마음도, 잠깐의 후회도 모두 설레는 추억이 되었다. 이런 쓸데없는 일이 또 쓸데없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내게 필요한 건 이런 새로움이었던 것 같다. 물론 카페인도 필요하고. 이제 다음 모닝커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재미는 있었지만 모닝커피를 사러 다시 그 길을 떠날 것 같진 않다. 이 참에 비싼 커피머신 하나 들여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