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난다!

by pahadi










귀여우면 지는 거다. 잘난 것, 멋진 것에는 간혹 이길 수도 있지만 귀여운 건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조물주가 아기들을 귀엽게 만들었나 보다. 귀엽지 않으면 도저히 이 제멋대로인 생명체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울 수가 없다.


아이가 세 살쯤 물건을 집어던졌다. 단단히 훈육해야겠다 싶어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장 방에 가서 반성하고 있어!" 아이도 인생 초보지만 나도 참 초보 엄마였다. 아이가 반성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조용한 방 안을 몰래 들여다보니 아이는 "반성, 반성, 반성..." 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알지도 못하는 단어를 읊조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크크큭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반성이 뭔지 몰라도 엄마가 하라니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그 진지함 그거면 반성으로 충분하지.


이제 네 살인 아이는 인생 경력이 좀 쌓였다고 능글맞아졌다. 내가 만만한 사람이란 걸 이미 들켜 버린 것 같다. "이놈 엉덩이 맴매해야겠어!"라고 화가 나서 아이를 쫓는데 "엉덩이 없다"라고 히죽거리며 엉덩이를 벽에 찰싹 붙인다. 이런! 저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나도 엄마로서 레벨 업하고 있는데 역시 아이의 성장 속도를 못 따라간다. 질 수 없지!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입을 꼭 다물고, 아이를 잡아 엉덩이 때리는 시늉을 한다. 아직은 엄마가 힘이 더 세다고.


다음번에도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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