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아아앙

by pahadi






동물 소리를 백 가지쯤 낼 수 있다는 어떤 엄마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나도 공룡 소리는 자신 있다. 공룡에 푹 빠진 아이는 매번 공룡놀이를 하자고 조른다. 우리의 공룡 흉내 실력도 점점 레벨업 돼간다. 나는 티라노사우르스, 남편은 파키케팔로 사우르스, 아이는 안킬로사우루스. 우리는 크아아! 쿵쿵! 와아앙! 에 반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을 더해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기쁨, 모든 대화를 소화한다. 역시 시간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여기서 또 얻는다.


공룡과는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못 닿을 만큼 거리를 두고 살았던 내가 온갖 사우루스들을 외우고 매일 공룡 흉내를 내고 있다니 정말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징그럽기만 하던 공룡을 두고 이거 이름이 뭐였더라부터 생각나니 이미 내 인생 궤도는 틀어진 지 오래다. 뭐 이것뿐만이겠는가.


돌아보면 내가 언제는 한 치 앞이라도 알고 살았나 싶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에 어딘지도 모르는데 한 치 앞까지 생각한다는 게 어불성설이지. 우리의 여행을 어디로 흘러갈까. 일 년 후 우리는 어디서 어떤 모습일까. 어디서든 너와 함께라면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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