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른다는 것은 나에게 늘 부정적인 의미였다. 나는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 있게 살고 싶었다. 느릿느릿 걷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여유를 누리려면 가끔은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서두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예정보다 빠르게 혹은 급하게 처리하려고 하다'이다. 예정보다 빠르게 처리하면 천천히 여유 있게 일할 수 있어 좋고, 급하게 처리하면 빠르게 끝낸 뒤에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적당히 서두르면 우리는 한층 더 여유로울수 있다.
어릴 적에는 자주 부모님께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들었다.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은 부지런함과 고도의 시간 계산이 어우러진 기술. 정시에 맞추려다 보니 나는 늘 지각생이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넉넉히 서둘러야한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기치 못한 일들까지 고려해야 우리는 그나마 시간을 지킬 수 있다.
요즘은 약속시간에 꽤 일찍 가는 편이다. 고작 몇 분 서둘러서는 서두름을 즐길 수 없다.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서둘러야 여유롭다. 한 시간을 서둘러도 우리에게 남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정도다. 이 정도 여유는 있어야 막히는 도로에서도, 연착되는 지하철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여유가 있으면 모든 일에 너그러워지는 법.서두름의 가장 큰 선물은 세상만사에 너그러운 나일 것이다.게다가 일찍 도착해 서성이다가 발견하는 우연한 행복들도덤으로 얻을 수 있다.
세상에는 어차피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좋든 싫든 해야 한다면 차라리 서두르는 것이 좋다. 무언가에 쫓기는 스트레스까지 더할 필요는 없으니까. 여유 있게 일하다 보면 가끔은 즐기는 순간이 온다. 미리 해둔 일을 뒤적이다 보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급히 마신 물은 체하기 쉽다. 하물며 인생이야 오죽할까. 곳곳에 여유가 있어야 소소한 행복들도 끼어들 수 있는 법이다.
서두름의 핵심은 넉넉히 서두르는것과 자발적으로 서두르는 것이다. 누군가가 재촉하는 것은 최악이다. 이런 서두름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 그러니 내가 서두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서두름을 강요하지는 않는 것이 황금률이다.
서두름의 본질은 여유다. 흔히 서두름에 대한 오해는 여유를 잊는데서 생겨난다. 우리는 서두른 후에 꼭 준비된 여유를 음미해야 한다. 빠를 때는 서둘러 빠르게, 느릴 때는 한없이 느리게 이런 완급조절이 인생의 기술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