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에 무지개가 있어

by pahadi







아침부터 아이가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엄마! 내 뱃속에 무지개가 있어." 바쁜 아침 시간이라 그래, 그래 하며 대충 넘기고 서둘러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허전해진 손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찬찬히 생각해보니 어제 먹은 무지개 케이크 이야기였다.


아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딱 두 가지다. 바다와 무지개. 파란색 색연필을 지그재그, 얼기설기 그려놓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나는 바다 잘 그려!" 뭐, 바다라고 하고 보면 바다 같기도 하다. 무지개도 비슷하다. 색색깔로 쭉쭉 선을 그으며 그건 무지개. 그래서인지 바다와 무지개를 좋아한다. 아니면 좋아해서 바다와 무지개를 그리는 건가?


어른들에게는 그냥 무지개 케이크일 뿐이지만 아이에게는 진짜 무지개와 진배없었나 보다. 무지개를 바삭바삭 먹는 기분은 어땠을까? 뱃속에 간질간질하게 설레고 떨리지 않았을까? 얼마나 좋았을지 생각하니 나까지 뱃속에 간질간질거리게 행복해진다. 방금 데려다준 아이를 어서 데려와 꼭 안아주고 싶다.


생각에 따라 우리는 무지개도 품을 수 있다. 오늘은 구름모양 과자를 먹어볼까? 그럼 뱃속에 구름이 가득 차 두둥실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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