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도 귀여운 목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숙제를 했냐는 엄마의 질문에 아이는 "8살이면 8살답게 살아야지"라며 철학적인 답을 건넨다. 어이없다는 엄마의 표정 앞에서도 아이는 당당하다. 내 아이였으면 속이 터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극히 타인인 나는 귀여워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다. 다 잘할 수 있나. 8살이면 8살다워야지. 나도 35년밖에 안 살았는데 다 잘할 수 있나. 가끔은 내가 나에게 가장 관대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보다 잘할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자주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서 사람들의 그림을 구경한다.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들도 있지만 취미로 그리는 사람들도 꽤 된다. 유명세와 상관없이 그들의 그림을 따뜻하고 근사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반짝이는 재능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수만큼 멋진 것들이 숨어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론 가끔은 모두의 빛나는 재능 앞에 나만 홀로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늘 그랬듯 곧 지나갈 감정이다. 그럴 땐 처음에 그렸던 그림들을 다시 살펴본다. 삐뚤빼뚤 어색한 선들을 보며 늘 제자리인 것 같아도 성큼성큼 걸어온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너도 이 정도면 잘하고 있어!
평범한 사람들, 반짝이는 재능, 그 덕에 아름다운 세상. 그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