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 가을 하늘

by pahadi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꼽으라면 가을, 가장 싫어하는 계절을 꼽으라면 가을. 애증의 가을이다.


가을의 최고 백미는 역시 가을 하늘이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가을 하늘을 찬양하는 노래가 그렇게 많겠는가. 높고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면 매번 옷장 정리로 나를 몹시 짜증 나게 하는 사계절조차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을에 내 컨디션은 최악이다. 가을이 되면 킁킁 가을 냄새가 난다. 아궁이를 지피던 할머니 집에서 나던 냄새다. 이 냄새가 나면 가을이 실감 난다. 이 냄새는 내가 도시로 이사 왔을 때도 따라왔다. 이상한 일이다. 도시에서도 할머니네 집 아궁이 냄새가 난다. 이 냄새의 정체를 안 건 꽤 어른이 되고였다. 비염이었다. 을이 되면 눈이 가렵고, 코가 막히고 심할 땐 온몸 이곳저곳이 가렵다. 올해엔 비염이 내 목소리까지 범했다.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 될 것 같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하늘을 본다. 미세먼지 한 점 없는, 하늘색보다 더 푸른 하늘색 위에 하얀 뭉게구름이 둥둥 평화롭게 떠 있다. 강아지 모양 구름도 보이고, 저기 커다란 솜사탕도 보인다. 첨벙 빠지고 싶은 가을 하늘이다. 이래서 정말 가을을 미워할 수가 없다. 아니, 가을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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