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있던 따뜻한 커피가 금세 식었다. 일기예보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이야기가 가득하다. 장롱 한편에 걸려있던 두꺼운 외투들이 제 할 일을 할 때가 왔다. 가을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내 플레이 리스트에 "브로콜리 너마저"가 등장한다. 노래에 계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맘때가 되면 그들이 노래가 고프다.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은 유자차 한 잔이 그리울 때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쯤 잊어야 할 것을 모두 잊고 싶을 때
차가운 바람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스미는 그런 날, 그런 밤이면 어김없이 "브로콜리 너마저"가 생각난다.
올해도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과 함께 나의 가을이 시작되었다.
가을 옷을 꺼내고 올해는 몇 번이나 입을 수 있을까 손가락을 헤아린다. 가을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겨울도 곡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우수수 낙엽비가 쏟아질 것이다. 낙엽비가 내리면 길 잃은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뛰며 열심히 낙엽을 잡아야지. 주책스러워 보여도 이때만큼은 어쩔 수 없다. 두둥실. 땅바닥 대신 내 손바닥 위로 떨어진 낙엽을 꼭 쥐고 올해도 어김없는 소원을 빌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