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더벅머리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미용실을 향했다. 와식 생활을 사랑하는 나에게 미용실 의자에 몇 시간씩 앉아있는 일은 참 고역이다. 적나라한 미용실 거울 앞에서라면 더욱더. 가감 없이 드러나는 내 쌩얼을 몇 시간 동안 바라보고 있자면 지나간 시간들을 반추하게 된다. 미용실 의자가 심판의 의자라도 되는 듯 지난날들을 반성한다. 미용실 의자에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올해를, 작년을, 10년 전을 아무리 돌이켜봐도 나와 거울에 비친 나만 남아있는 시간은 좀처럼 흐르지 않는다. 좀이 쑤셔 엉덩이를 들썩이다 한두 시간 후 그것마저 포기하고 뻣뻣해진 허리 외에 팔, 다리가 제멋대로 흩어진다. 이내 시계를 바라보는 일도 별 소용없음을 깨닫고 그저 멍하니 천정을 응시한다. 산다는 건 참 어렵구나. 이렇게 주기적으로 미용실을 다녀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