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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Nov 02. 2022

최고의 선택

사고 싶은 게 있는데 조금 싸다는 이유로 차선을 선택할 때면 꼭 후회한다. 그걸 알면서도 꼭 차선을 선택하고 역시나 후회한다. 이게 다 그 돈, 돈 때문이다.


필요한 게 있어서 인터넷 쇼핑 검색 창에 검색을 하고 최저가 순을 누른다. 최저가를 찾아 비교하고 또 찾아보다가 짜증이 난다. 이게 다 그 돈, 돈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단, 돈이 풍족하다는 전제하에. 나는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매 순간 총력을 다해 이리저리 재고 따지며 최선으로 보이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 애쓴다. 이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온갖 정보를 수집해 나의 통장 상황과 비교하고 필요한 경우 효율적인 처분(중고 거래가 가능할까?)까지 고려해야 하는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작업이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마치고 나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선택과 현실적인 선택 사이를 조율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자기 합리화와 신포도 이론을 무기 삼아 욕망과 현실의 간극을 달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쑥 자기 연민이 튀어나올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성인이 되고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며 15년간 해 온 일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나도 부자가 되어 "제일 좋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선택하며 살고 싶다.


요새 말 끝마다 돈, 돈 거리는 내가 참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럴 일은 아닌데. 사실 선택의 문제는 누구나 겪는 일이다. 부자면 훨씬 나을 수는 있겠지만 부자라고 왜 선택의 문제가 없겠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나면 비참하거나 초라하게 느낄 필요가 없는 일이다. 사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일 수 있다. 너무 쉽게 차선을 선택하는 사람과 신중하게 기다린 끝에 최고를 선택하는 사람. 무엇인가 선택하는 방식이 결국 인생을 결정한다. 내가 선택하는 것들이 켜켜이 쌓여 내 인생이 된다. 수많은 욕망을 절제하고 정제하면서 진짜 나다운 내가 된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늘 차선을 선택하는 것은 습관이다. 차선의 선택을 거듭하다 보면 별로인 것을 선택하는데 익숙해진다.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에 두려움이 생긴다. 사람은 언제나 익숙한 길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물론 늘 최고의 것을 선택할 수는 없으니 절제와 인내가 필요하다. 숱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가벼운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한방을 위해 참고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최저가보다 나의 취향을 1순위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인내 끝에 가장 좋은 순간,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자. 그게 최고의 선택, 최고의 인생의 비결이다. 이건 집이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뿐만 아니라 오늘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과자와 맥주를 살 때에도 해당되니 꼭 유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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