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다가오고 있다. 일 년이란 시간이 참 짧다. 몇 번의 일 년을 더 보내고 나면 내 인생도 후반부로 접어들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래도 지나간 시간보다 다가올 시간에 마음을 기울이려 애쓴다. 어찌할 수 없는 후회보다 어찌할 수 있는 기대가 나으니까.
새해 목표를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설렘보다 부담감이 앞선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운과 타이밍, 온 우주의 힘이 모아져야 가능한 일들을 목표로 세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최선을 다할 것도 아니면서. 의지와 노력 부족이든, 운과 타이밍 문제이든 더 이상 한 해의 끝자락마다 지키지 못한 목표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그래, 새해 목표는 접어두자. 무리할 필요 없지. 그냥 가볍게 새해에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 보자. 해외여행, 독립출판 등 마음에 두었던 버킷리스트를 써 내려간다. 그런데 어쩐지 개운치가 않다. 왠지 꼭 올해 안에 해치워야 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결코 올해 안에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 버킷리스트에 마감기한은 어울리지 않는다. 버킷리스트엔 버킷 리스트답게 관대한 가능성이 가득해야지.
그냥,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 질과 양에 무관하게 그저 그쪽 방향을 향하면 성공인 그런 계획을 세워보자. 여러 조건과 상황 상관없이 내 의지와 노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자.
새해에는 가볍게 살자. 많이 버리고 적게 사자. 욕심을 버리자. 희망을 핑계로 흥청망청 담지 말자. 무언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자. 지금으로도 충분하니까.
매일 일기를 쓰자. 잘 쓸 필요 없다. 길게 쓸 필요 없다. 솔직할 필요도 꾸밀 필요도 없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현재에 집중하자. 걱정은 최대한 미루자. 닥치면 다 하게 된다. 다 할 수 있다. 내가 찾는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어디에도 없다.
내년엔 이런 방향으로 살아보자. 벌써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