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카가 고장 났다. 정카는 우리 집 자동차의 애칭이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정카는 남편이 결혼 전부터 몰던 차로 그의 나이는 11살, 남편은 두 번째 주인이었다. 나와 정카의 인연은 연애시절부터 5년 정도 되었다. 정카에 대한 첫인상은 '색이 참 이상하군', '낡았다' 정도였다. 정카는 구형 모델이라 나이보다 훨씬 들어 보였다. 정카와 내가 이렇게 깊은 인연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의 만남에 조금 더 신중했을 텐데!(정카와 남편 모두에게 말이다.)
정카를 타고 남편과 첫 여행을 떠났고, 결혼 준비부터 결혼식까지 정카는 우리를 신속 정확하게 데려다주었다. 결혼 후에도 더운 날부터 추운 날까지, 산에서 바다까지 우리의 발이 되어 준 고마운 정카.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은 정카를 타고 우리 가족이 셋이 되어 온 날이다. 그 날 정카는 우리 아기를 태우기 위해 특급 세차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장했다. 더운 여름, 정카 덕분에 우리 세 가족은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가장 멋진 날이었고 최고로 고마운 날이었다.
꼭 사람에게만 정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함께한 시간과 추억만큼 정카에게 정이 많이 들었다. 그를 보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정말 마지막이 왔다. 조금 웃길지 모르겠지만 정카를 보낼 생각을 하니 눈물이 찔끔 난다. 새 차는 당연히 정카보다 좋겠지만 나는 천천히 친해지고 싶다. 그게 우리와 정카의 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