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늘 소박하게 살았다. 아주 좋게 말해서. 나쁘게 말하면 궁상맞게 살았다. 가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아끼는 게 삶의 기본 태도였다.
전등은 늘 하나 빼서 어두침침했고 수도꼭지의 수압을 낮춰 물이 졸졸졸 흘렀다. 가끔 하는 외식은 아주 잘 먹어야 돼지갈비였고 식탁에 늘 마른김이 올랐다. 가까운 거리는 가까워서 걸어가고 먼 거리는 운동삼아 걸어 다녔다. 이 모든 것이 당연해서 불편하지도 않았다.
옷을 파는 트럭 앞에서 오천원짜리 티셔츠 한 장에 망설이던 엄마 모습이 생생하다. 멋이 아닌 오직 실용적인 목적만 지닌 그 옷을 결국 사셨는지 안 사셨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빠는 돈 쓰는 일이라면 질색하시며 늘 가계부를 쓰셨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베푸셨다. 특히 공부를 하겠다면 무조건으로 지원해주셨다. 그 덕에 없어도 없는 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돈이 없어서 힘들다는 것은 다 커서 알았으니 말 다했지 싶다.
몸에 베인 이 소박한 삶은 나도 모르게 나를 단련시켰다. 반찬 하나 없어도 맛있게 밥을 먹고 이곳저곳 걸어 다니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없다는 것이 두렵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대충 위기를 모면하는 것은 일등이다. 서로 양보하고 아끼며 산 덕에 가족 간의 우애도 두터워 멀리 떨어져 살아도 늘 애틋하다. 있는 사람의 마음은 몰라도 없는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줄 아니 이 정도면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
한번 늘어난 씀씀이는 줄이기 어렵다. 지금도 나는 아끼려고 늘노력한다. 외식보다는 집에서 밥을 먹고 비싼 옷보다는 저렴한 옷을 사는 게 좋다. 명품도 사 보기는 했지만 가격에 비해 만족감이 떨어져 이제 별 관심이 가지 않는다. 배우는 것도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요새는 책도 많고 인터넷에 좋은 자료도 많으니 마음만 있으면 어렵지 않다. 비싼 커피라든지, 신상 가전제품이라든지 가끔 하는 작은 사치들은 나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한다. 이런 소박한 삶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만족스러운 건 모두 내가 살아온 환경 덕이리라.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하고 산다. 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으면 보러 가고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으면 계획을 세워 다녀온다.
외식 때는 꼭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남들이 좋다는 데는 나도 종종 가본다. 이럴 때면 '나 참 잘 살고 있네'라는 웃긴 생각이 든다.
가진 것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요리조리 맞춰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는 성취감과 앞으로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나를 열심히 살게 한다. 있으며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내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 마음과 몸 편하게 사는 것이 흔히 말하는 행복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