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by pah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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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했든지 원하지 않았든지 모든 일은 어떤 결과로 귀결된다. 그 결과도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일의 시작이 되어 끝없이 퍼져나간다. 참 재미있지 않나. 돌아보면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었다.


대학교 입시 원서 한 장으로 서울살이를 시작해 10년이 넘게 타향살이를 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서울에 아는 이 하나 없이 올라와 하루아침에 시작하게 된 외톨이 생활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삶의 터전을 일궜지만 늘 가슴에는 부모님과 고향이라는 향수병을 달고 산다. 막연한 그리움과 외로움은 나의 20대를 가로질러 오늘까지 흐르고 어느 순간 나는 꽤 센티멘탈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면서 함께보다 혼자를 즐기게 되었다. 혼자 남은 시간, 바닥으로 꺼져만 가는 마음을 위로하고자 책을 읽었다. 그리고 어느새 글을 쓰게 되었다. 지금 나를 만든 대부분의 시간은 외로웠던 20대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결혼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우연히 방문한 고모댁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촌언니에게서 소개팅을 받았다. 사는 곳도 멀어 정말 가볍게 만난 그가 지금의 남편이 되다니. 무심코 지나쳤던 그 순간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사촌언니를 만난 게 몇 년 만이더라. 좀처럼 가지 않던 고모댁에는 왜 갔더라. 아니, 내가 뭘 보고 그와 만나서 결혼까지 했더라. 과거의 나도 나인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밤 고모댁 옥상에서 지글지글 구워 먹던 삼겹살만 또렷할 뿐. 그와 결혼을 하니 어디에 살지가 가장 문제였다. 지금까지 어찌어찌 서로 머나먼 직장에서의 삶을 유지하고는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 이 문제가 또 나를,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여행에 굶주린 나의 최대 소원은 배낭여행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로 자금을 모으자마자 여행을 계획했다. 제일 먼저 동행을 구했다. 같이 아르바이트를 한 친구였는데 서로 알게 된 지 반년도 채 안 됐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누구냐 보다 함께 갈 수 있느냐였다. 서로 몰라도 너무 몰랐던 우리는 30박 31일 동안 끊임없는 의견 충돌에 냉전을 이어갔다. 일어나서 잘 때까지 함께 하는 사람이 꼴도 보기 싫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물론 그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속이 아프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어도 안 먹어도 속이 욱신욱신 아팠다. 큰일이 나도 단단히 났다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병원에 갔다. 병명은 신경성 위염. 그날부터 시작된 내 위염은 만성이 되어 일 년에도 몇 번씩 나를 들었다 놨다 하며 괴롭히는 중이다. 툭하면 화를 내는 위덕에 나는 내 스트레스 관리에 관심이 많다. 자기애가 좀 강해졌달까.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이 여행을 가지 않을 것이다.)


가끔 삶이라는 선을 이루는 점들을 헤아려본다. 사소하게 지나쳤던 수많은 일들이 지금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미있는 건 그때 그 시절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는 것. 고통스러웠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작은 의미라도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오늘 내가 찍어나가는 점 하나가 미래에 어떤 모습을 그려나갈지 기대된다. 아무것도 아닌 이 시간들도 언젠가 의미를 갖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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